▲오래된 불상에서 생활자기까지 가지고 와서 파는 한 상인의 전시 물품. 판자위안에서 장사하는 상인은 대부분 중국 각지에서 올라왔다.
모종혁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판자위안(潘家園)골동품시장. 1992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판자위안은 오늘날 중국 최대 골동품 거래시장이다. 오랫동안 주말에만 열렸던 판자위안은 1997년 7월 4만8500㎡의 부지에 거대한 상설시장으로 변모했다.
조선시대 중국에 갔던 사신과 문인이 찾던 류리창(琉璃廠)이 도자기·서화 위주라면, 판자위안은 갖가지 물품이 선보이는 노상박물관을 떠오르게 한다. 농촌 민가에서 사용된 듯한 자기 그릇에서 오랜 역사의 풍상을 간직한 청동기 유물까지 판자위안은 없는 게 없는 골동품 장터다.
판자위안은 크게 민간공예품, 옛 생활용품, 서체·그림, 도자기, 청동기, 옛 도서, 고가구 등의 거래시장으로 나뉜다. 평일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 판자위안은 주말이면 새벽부터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장사꾼과 골동품 수집가로 붐빈다.
판자위안에서 영업하는 상인은 대략 4000여명. 대부분 베이징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다. 여기에 짐 나르는 일꾼, 음식 파는 상인, 주말에만 시장을 찾는 골동품 소장가 등을 합치면 판자위안을 무대로 살아가는 활동 인구는 1만 명에 가깝다.
없는 게 없는 판자위안 시장... 애호가만 7000만 명판자위안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으로 뜻밖에 가치있는 골동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판자위안에서 거래되는 대다수 골동품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중국인의 놀라운 상술을 경험할 수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김현중(35)씨는 "판자위안에서 거래되는 골동품의 90% 이상은 가짜라고 알고 가지만 중국 문화의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베이징 토박이 겅판(29)은 "자주 가면 간혹 싼 값에 진귀한 문물을 구입하기도 한다"면서 "판자위안은 전문적인 골동품 경매시장과 달리 서민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