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회장이 '사랑의 교회' 장로직을 사임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까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사랑의 교회' 앞 천막농성을 이어온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사무국장은 10일 천막농성 성과를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이랜드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가 이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 후 홍 사무국장은 기자와 만나 교회 앞 천막농성 소회를 풀어놨다.
대다수 '사랑의 교회' 교인들이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첫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 때 한 남성 성도는 "정일이(김정일 국방위원장)가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넘어 가라"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최근엔 '사랑의 교회' 권사라고 밝힌 할머니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천막에 불을 지르겠다"는 위협도 했다고 한다.
교인들의 따가운 시선 못지않게 답답한 것은 꿈쩍도 하지 않는 오정현 목사와 옥한흠 목사다.
오정현 '바쁜일정', 옥한흠 '건강' 이유로 노조 면담 난색
지금까지 3차례 면담 요청 공문을 교회 측에 보냈지만 옥한흠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를, 오정현 목사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면담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 12월 23일 설교에서 "교회는 정치적 장소가 아니다"라며 "이랜드 사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불간섭과 무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면담과 관련, 10일 오후 이랜드 노조 측과 사랑의 교회 행정 목사 간 면담이 예정돼 있어 오 목사와 옥 목사 면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천막농성에서 답답한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교인이지만 격려와 투쟁 기금 등을 마련해 주는 교인도 있다고 한다.
"일부 교인 투쟁 기금 마련해 주며 격려 및 기도 제목 요청"
"저희를 따가운 시선으로만 보는 교인만 있는 건 아니에요. 투쟁 기금을 마련해주시고 먹거리를 사다주시며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또, 기도해 주겠다며 기도제목을 요청하는 분들도 있고요. 물론 일부지만요." (웃음)
짧은 기간이지만 '사랑의 교회' 앞 천막농성에 대한 성과를 물었다. 홍 사무국장은 "박성수 회장의 '사랑의 교회' 장로직 사임"을 꼽았다.
이어 홍 사무국장은 박 회장의 장로직 사임에 대해 "기독교계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의도가 담긴 듯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지난해 12월 12일과 26일 이랜드 본사에 공문을 보내 박 회장의 '이랜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이랜드 그룹 압박에 나서고 있다.
홍 사무국장은 "박 회장은 기독교 선교를 방해하고 기독교 이름을 먹칠하고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기독교계는 이랜드 불매 운동을 공식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신승원 목사는 "이랜드 사태는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부분"이라며 "이제까지 교회가 사회 문제에 외면한 측면이 있지만 최소한 교회와 연관된 이랜드 사태만큼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인권센터 사무국장인 최재봉 목사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은 교회 성도"라며 "이는 성도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교계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랜드 일반노조 11일 '파업투쟁 200일 문화제'... 설날 전 집준 타격투쟁도 계획
이랜드일반노조는 11일 오후 6시 시흥 홈에버 앞에서 '파업투쟁 200일 문화제'를 개최한다.
또 설날 전 집중 타격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오는 19일 홈에버 시흥점, 30일 뉴코아 순천점, 31일 홈에버 유성점에서 투쟁을 벌일 예정이며, 2월 1일엔 전국 동시다발 투쟁에 들어간다.
아울러 기독교대책위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에 사랑의 교회 앞 촛불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교회 내 지속적인 관심을 위한 홍보사업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까지 NCCK 총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여온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부터 바로 옆 사무실은 한국교회인권센터로 농성 장소를 옮긴다.
홍 사무국장은 "농성이 장기간 이어짐에 따라 NCCK 총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 측면이 커 농성장을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2008.01.10 14:01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200일 넘긴 이랜드 사태, 노동자는 '빨갱이' 낙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