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광고비
민주언론시민연합
삼성이 해마다 언론매체에 대한 광고비를 늘려온 이유는 나날이 사세가 확장되어가는 삼성으로서 기업홍보, 제품홍보라는 광고 본연의 목적도 있겠지만, 아울러 광고를 통해 언론을 길들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삼성비자금과 관련한 비판언론에 대한 광고통제가 이러한 지적을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삼성재벌의 사회·정치적 지배와 그 불법성’이라는 토론회에서 ‘시사IN’의 안은주 기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경험을 공개한 바 있다. ‘X파일’ 사건 이후인 2005년 9월 당시 ‘시사저널’은 75페이지에 달하는 책 한 권을 통 털어 ‘삼성은 한국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특집기획을 보도했다. 하지만 책이 나오자마자 삼성 그룹 계열사들은 몇 달 동안 ‘시사저널’에 광고를 끊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시사저널’에서 삼성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6%였다고 한다.
삼성이 광고로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통제한 사례는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삼성 측의 심기를 건드린 기사가 사장에 의해 무단으로 삭제된 뒤 기자들이 이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인 ‘시사저널 사태’ 당시 삼성은 파업 기간 동안 나온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의 최대 광고주 역할을 했음이 드러난 적이 있다. 또 독자들과 시민의 힘으로 창간된 ‘시사IN’이 삼성비자금 문제를 밝히는 김용철 변호사의 인터뷰를 싣기로 하자, 삼성 측은 갖은 방해공작을 펼치는 한편 ‘1주일만 연기해 주면 무슨 요구든 다 들어 주겠다’고 ‘시사IN’ 측을 회유했다는 사실도 ‘시사IN’ 기자들을 통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6년 10월 국회 재경위 국감에서 박영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언론사 우군화 전략’으로 진행되는 신문광고 집행확대와 함께 이들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시사 잡지에 대한 광고 확대 필요성 증대” 등의 내용이 담긴 삼성의 내부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2003년 8월에 작성된 이 문건대로 이후 삼성의 시사잡지 광고비는 3억원에서 13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삼성 내부 문건에 의하면, 이건희 회장이 직접 “한겨레신문이 삼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전부 스크랩해서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고 이를 한겨레 측에 보여주고 설명해 줄 것”이라며 “이런 것을 근거로 광고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볼 것”을 지시한 사례도 드러났다.
시민의 힘으로 한겨레·경향을 살리자결국 삼성이 언론매체에 집행하는 광고가 기업홍보라는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언론을 통제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이 명명백백해진 것이다. ‘세계 초일류기업’을 지향하고 틈만 나면 ‘우리의 대표브랜드’니 ‘또 하나의 가족’을 들먹이는 삼성이 비판언론에 가하고 있는 유치하고 저열한 언론통제를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비판언론에 대해 광고를 끊어버림으로써 비판언론의 싹을 자르고 길들이겠다는 거대자본의 태도는 오만하기 짝이 없지만, ‘자본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실상 어찌할 도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감히 우리를 건드려? 맛 좀 봐라’는 식으로 광고를 내세워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는 삼성 앞에서 과연 어떤 언론이 당당하게 할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비정상적인 사태가 의로운 시민들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있다. 최대광고주였던 삼성이 광고를 끊었기 때문이다. 이는 재벌권력을 비판하면서 정작 재벌의 광고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정구조 아래서 피할 수 없는 위기이다. 한겨레와 경향이 자본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지금까지 해왔던 사회감시와 비판기능을 더욱 철저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힘과 도움이 절실하다.
삼성 광고가 아니더라도 한겨레와 경향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얼마 전 ‘시사IN’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시민의 힘과 후원에 힘입어 ‘독립언론’으로 창간된 ‘시사IN’에는 현재 한 건의 삼성 광고도 실리지 않고 있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거창하게 ‘제2의 국민주운동’ 같은 것을 펼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오만하고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재벌권력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신문들이 ‘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위기를 겪는 일만큼은 막자는 것이다. 주변곳곳에 삼성의 언론통제 실상을 널리 알리는 일에서부터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일까지,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는 삼성의 언론통제 자체도 묵과할 수 없다. ‘비자금 조성’, ‘불법 경영권 승계’, ‘비정상적 순환출자구조’ 등 정상궤도를 한참 이탈한 기업경영 행태를 보이는 삼성이 대언론 관계에서도 광고를 앞세워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은 삼성에게도, 언론에게도, 우리 사회 전체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이 경영구조를 정상화하고, 언론과 여론의 비판에 대해 성숙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지게 된다면, 삼성이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더욱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삼성이 지금과 같이 자본을 통해 언론에 재갈 물려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오만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 거금을 들인 기업 이미지 홍보로 쌓아 온 초우량기업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삼성은 지금 당장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대한 광고탄압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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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향> 삼성 광고 '0건'...광고탄압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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