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하다! 삼성의 <경향><한겨레> 광고 탄압

[미디어워치] '언론자유' 외치던 언론사·신문협회는 불구경만 할건가

등록 2008.01.11 18:40수정 2008.01.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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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서 어떻게 해보려 해도 안된다. 윗사람들이 돌아 앉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어떻게 좀 풀어 보려고 했다고 되레 당신은 속도 없는 사람이냐는 소리나 듣는 분위기다. 도리가 없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 삼성그룹 고위 임원이 <한겨레> 고위 인사를 만나 한 이야기다. 광고 이야기다. 삼성 최고위 인사들이 <한겨레>에 단단히 화가 나 광고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내년에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의혹 폭로 이후 이를 적극 보도해 온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해 광고 게재를 전면 중단했다. <한겨레> 지면에서는 지난해 11월 초 삼성중공업 광고를 끝으로 삼성 광고가 자취를 감추었다. <경향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삼성은 다른 신문들에 대해서는 계속 광고를 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5개 종합신문의 광고 지면을 조사한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삼성그룹의 광고가 단 하나도 실리지 않은 반면, <조선일보>에는 23건의 삼성 광고가, <동아일보>에는 15건, <중앙일보>에는 12건의 삼성 광고가 실렸다.

 

 '조선일보(왼쪽)와 중앙일보(오른쪽)에 게재된 ‘삼성증권’ ‘최우수증권사’ 선정 관련 광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5개 종합신문의 광고 지면을 조사한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삼성그룹의 광고가 단 하나도 실리지 않은 반면, <조선일보>에는 23건의 삼성 광고가, <동아일보>에는 15건, <중앙일보>에는 12건의 삼성 광고가 실렸다.
'조선일보(왼쪽)와 중앙일보(오른쪽)에 게재된 ‘삼성증권’ ‘최우수증권사’ 선정 관련 광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5개 종합신문의 광고 지면을 조사한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삼성그룹의 광고가 단 하나도 실리지 않은 반면, <조선일보>에는 23건의 삼성 광고가, <동아일보>에는 15건, <중앙일보>에는 12건의 삼성 광고가 실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왼쪽)와 중앙일보(오른쪽)에 게재된 ‘삼성증권’ ‘최우수증권사’ 선정 관련 광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5개 종합신문의 광고 지면을 조사한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삼성그룹의 광고가 단 하나도 실리지 않은 반면, <조선일보>에는 23건의 삼성 광고가, <동아일보>에는 15건, <중앙일보>에는 12건의 삼성 광고가 실렸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다른 종합신문들의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기간 삼성의 광고가 실렸다. 삼성이 의도적으로, 조직적으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싣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 비리 의혹 폭로 후 <한겨레>·<경향>에 광고 게재 중단

 

삼성 고위 임원이 <한겨레> 고위 인사에게 밝힌 것처럼 삼성의 광고는 올해 들어서도 이들 두 신문에는 실리지 않고 있다. 10일 전국 종합일간지에 일제히 게재된 삼성서울병원의 ‘암센터 진료 개시’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삼성병원은 종합일간지에 서울삼성병원 암센터를 홍보하는 이미지 광고를 전면광고로 일제히 게재했다. 하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는 이 광고도 실리지 않았다.

 

삼성이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고 있는 것은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리의혹을 이 두 신문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광고 게재를 담당했던 서울삼성병원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 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만 광고를 싣지 않았는가?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광고도 홍보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가령 A라는 매체에 (삼성이) 안 좋게 돼 있는데, (광고를) 올릴 수 있겠는가. 광고는 기사보다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기사 속에는 안 좋게 돼 있는 데 (우리는) 좋은 놈이야 한다고 해서 홍보 효과가 있겠는가?”

 

-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서울삼성병원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우리도) 삼성이란…”

 

- 다른 신문과 방송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삼성 비리 의혹을 보도한 바 있고, <경향>이나 <한겨레>가 제기된 의혹을 보도한 것이지 잘못된 보도나 비난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도 두 신문에만 광고를 게재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가?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 도를 넘는 보도라고 (우리는) 볼 수 있다. 너무 일방적으로 간 부분, 정정요청 같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 등 여러 가지를 판단해 그런 것이다. 우리가 언론의 보도 행위에 대해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부분이 있었다.”

 

- 언론의 입장에서는, 또 제3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두 신문의 적극적인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압박용으로 광고를 주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것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풀리지 않겠느냐.”

 

- 언제 풀릴 것 같은가?

“모르겠다.”

 

그는 비교적 차분하게, 또 담당자로서는 난감할 수 있는 기자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했다. 그가 답할 수 있는 선은 그 정도였다.

 

삼성의 이런 광고 압박은 삼성으로서도 처음있는 일이다. 삼성 특검을 앞두고 있는 삼성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삼성 특유의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정도로 삼성의 내부 체제가 ‘평정심’을 잃었다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기도 하다.

 

삼성의 이런 행태는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정서를 크게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11일 사장 선거를 실시하는 <한겨레>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기도 했다. 한 사장 후보는 삼성과의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 돌파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겨레>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의 이런 행태에 대해 “세계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이 언론의 공적 보도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하지 않고, 보복적 광고 압박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반사회적 행태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삼성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런 감정적 광고 압박이 오히려 삼성에 대한 사회적 반감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윗선(최고위층)에서 완강한 입장이어서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언론자유 외치던 신문협회는 무대응

 

삼성의 보복성 광고 압박에 대한 언론계의 대응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대한 광고 압박이 궁극적으로는 다른 신문과 방송의 보도 위축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광고 압박은 전 언론을 대상으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론계의 대응이 근시안적이고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은 지난 12월 31일자 ‘편집국에서-<한겨레> 스무살 전야’란 칼럼에서 삼성의 광고 압박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김종구 편집국장은 삼성 비리 의혹 보도 이후 “삼성 광고는 지면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면서 “자본이 자기 돈 마음대로 쓴다는 데야 뭐라 말하겠”느냐면서도 “다만 건전한 비판마저도 불온시하며 받아들이지 않는 그 옹졸함과 편협함”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1일 지면에서 민언련의 신문광고 조사 결과를 인용해 “삼성그룹이 광고를 통해 경향신문·한겨레 등 삼성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신문과 방송들은 거의 모두가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대한 삼성그룹의 광고압박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지난해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서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처사라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섰던 한국신문협회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대표는 지난 9일 기자협회보에 올린 글에서 “언론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광고비를 통한 압박”이라며 “경향과 한겨레에 대한 광고 중단은 세련되지 못한, 가장 저급한 압박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일류기업 삼성의 가장 저급한 압박 수단에 대해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침묵하고 있다. 2008년 1월, 대한민국 언론의 풍경이다.

#삼성특검 #삼성 광고압박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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