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청소년문학’의 네 번째 작품 <라일락 피면>은 10대의 선택에 관한 것이다. 총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첫 번째는 공선옥이 맡았다.
공선옥의 소설 ‘라일락 피면’은 광주항쟁에 관한 소설이다. ‘나’는 평범한 학생이다. 하숙하는 여학생 때문에 설레면서도 그녀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공부 고민도 있고 시끄러운 집안 때문에 고민도 있다.
그런데 동네에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군인들이 대학생들을 때리고 잡아가는 것이다. ‘나’는 무서워서 도망친다. ‘나’의 형도 도망쳐서 함께 집안에 숨는다.
그 사이에도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군홧발 소리는 끊기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집에 오지 않는다. 그녀는 병원에서 헌혈을 하고 있었기 때문. 그것을 안 ‘나’는 기분이 이상하다. 창피한 것도 같고 안타까운 것도 같다.
그동안 시민군이 조직되고 군인들이 물러간다. 하지만 그것은 계략이었다. 군인들은 더욱 무장해서 들어오고 그들의 폭력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도 무모한 싸움을 하러 나간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선옥의 소설은 이렇듯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더했다. 그래서일까. 10대의 선택이라고 하면 학업이나 이성 친구에 관한 것으로 한정시켜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을 훌쩍 뛰어넘는, 청소년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방미진의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는 혈액형에 연연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소녀들은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어떻고 행동이 어떻다고 진단한다. 그녀들의 행동을 혈액형에 따라 분석하는 셈이다. 그런데 영희라는 아이는 혈액형이 O형이 아닌 것 같은데 자꾸 O형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런 영희를 의심하며 자꾸만 캐묻는다. 성격은 이러니 A형이나 AB형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한다. 심지어 가족의 혈액형까지 분석하는 일까지 한다. 그런 아이들에 대해 영희는 날카롭게 외친다. 자신은 O형을 ‘선택’한 것이라고! 혈액형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주체적인 것을,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방미진의 글은 유머러스함이 넘치지만 그 메시지는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조은이의 ‘헤바’는 친척누나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의 이야기다. ‘그’는 학업을 걱정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집에 자퇴하고 남자관계가 복잡하기로 소문난 친척누나가 온다.
그녀는 ‘팜므 파탈’이라고 불리는 사람이건만 ‘그’가 보이에는 평범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그녀의 활발한 모습, 자유로운 모습에 얼마 못가 푹 빠지고 만다. 얼마 후에 누나에게 고백을 하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하다. 10대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다.
오진원의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 역시 아슬아슬한 것은 마찬가지다. 두 명의 남자를 부모로 두고 있는 아이는 세상이 답답하다. 한국에서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동성애를 인정해주는 곳으로 떠나려고 한다.
아이도 함께 가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 한 명이 그것을 배신하려 한다면? 누구보다 아이가 먼저 그 상황을 알게 되는데 그것을 알고 선택하는 행동이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다.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고 있다.
그 외의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선택’을 했거나 해야 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유머러스하지만 깊이가 있고, 어설픈 것 같지만 진지하다. ‘10대’라고 해서 평범한 것들을 생각했던 사람들의 허를 찌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소설을 쓴 작가들이 그만큼 고민을 했고 진지하게 임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작가의 노력은 물론이고 책을 만든 시도도 빛나며 책의 여운까지 진하게 남겨주는 <라일락 피면>, 청소년은 물론이고 청소년과 함께 있는 어른들에게도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2008.01.13 16:0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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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피면 - 10대의 선택에 관한 여덟 편의 이야기
최인석 외 지음, 원종찬,
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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