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링너를 비롯한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의 주문은 과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거의 같다. 사진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
The Whitehouse
위와 같은 클링너의 주장은 미국 내 대북 강경 기류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에 의해서든,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에 의해서든, 북미 및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불만은 북핵 신고가 지연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클링너를 비롯한 대북 강경파들의 주문은 과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거의 같다. 그리고 그러한 대북정책은 철저한 실패로 돌아갔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으로 지목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무시'(malign neglect)로 일관하는 사이에, 북한은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했고, 2006년 10월에는 핵실험까지 단행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에게 실패한 대북정책으로 되돌아가라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대북 강경파들은 한국의 정권교체를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오판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은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지, 햇볕정책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대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 당선인이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반수를 넘는다.
더구나 대북 강경파의 주문처럼, 한국이 PSI에 참여하고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유보하는 등 대북강경책으로 선회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명박 당선인이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한, 두만강을 사이에 둔 중국, 압록강을 사이에 둔 러시아 등 세 나라의 입장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북 제재와 봉쇄로 인해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지만, 북한과 국경을 맞댄 나라들은 엄청난 안보적, 경제적, 정치적 불안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중국, 러시아의 불안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강경파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에 익숙해 있다. 아무리 미국 주도의 제재와 봉쇄가 강해져도 이에 굴복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와 벼랑 끝 전술을 혼합하면서 미국 주도의 대북강경책에 맞서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