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토속음식 '머위껍질장아찌'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독특한 풍미와 감칠맛은 장아찌 중에 으뜸이어라

등록 2008.01.18 14:53수정 2008.01.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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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머위나물장아찌

머위나물장아찌 ⓒ 맛객

머위나물장아찌 ⓒ 맛객

간사한 게 사람 입맛이라 했다. 하지만 사람 입맛처럼 지조 있는 게 또 있을까? 먹을거리가 넘치는 세상에도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그 시절 즐겼던 토속적인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맛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집 뒤안에는 머위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머위라는 게 원래 습지를 좋아해서 논두렁이나 개울가에서 잘 자란다. 집 뒤안도 습한데다 그늘까지 있어 머위가 자라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러한 관계로 머위가 자라는 봄과 여름 동안 내내 머위나물이 상에 올랐다. 주로 머위대를 데쳐 된장에 무쳐서 먹었다.

 

일찍부터 씁쓰름한 맛과 독특한 향을 즐기는 식생활은 이후 맛객의 미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음식에서 향을 중요시 여긴다거나 산나물을 찾아 심산을 헤매는 경우가 그렇다.

 

a  그 시절엔 머위나물 껍질조차 먹거리로 이용했다

그 시절엔 머위나물 껍질조차 먹거리로 이용했다 ⓒ 맛객

그 시절엔 머위나물 껍질조차 먹거리로 이용했다 ⓒ 맛객

살뜰한 어머니는 머위나물을 만들고 남은 껍질조차 버리지 않고 된장 속에 갈무리를 해 두었다. 여름 한철 입맛이 떨어졌다 싶으면 된장 속 머위껍질을 꺼내 몇 가지 양념을 더해 조물조물 무쳐 상에 올렸다.

 

화려한 음식이 춤추는 요즘에 누가 구닥다리 음식을 쳐다나 볼까마는 독특한 풍미는 장아찌 중의 으뜸이었다. 풋 참외로 만든 장아찌처럼 아삭거리는 식감은 없지만 진득하게 씹히면서 느껴지는 감칠맛은 밥맛을 살려낼 정도였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장아찌는 재료 본연의 맛이라기보다 양념 맛에 많이 치우치고 있다. 때문에 재료는 달라도 맛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는데 머위껍질장아찌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a  토속음식이 사라져가고 있다.

토속음식이 사라져가고 있다. ⓒ 맛객

토속음식이 사라져가고 있다. ⓒ 맛객

머위의 독특한 향취와 씁쓰름한 성질이 된장을 만나 탄생한 머위껍질장아찌.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낸 장아찌라 할 수 있다. 지난봄 머위대 한 단을 사왔다. 나물보다 머위껍질 장아찌를 만들어 볼 요량이었다. 그러한 음식이 있는지조차 몰라서 못 만들지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만드는 법을 소개해 본다.

 

1. 늦봄에 굵은 머위대를 단으로 묶어 판매하는 것을 사온다.
2. 끊는 물에 데쳐서 껍질을 벗긴다. (머위대는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3. 껍질에서 수분이 빠지도록 그늘에서 하루 정도 말린다.
5. 재래식 된장 속에 넣어둔다.
6. 여름 입맛 없을 때 꺼내 칼로 잘게 자른 뒤 참기름, 고춧가루 약간, 참깨, 꿀(설탕), 다진 파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 상에 올린다.

 

a  머위나물에 먹으면 항상 밥이 부족하다

머위나물에 먹으면 항상 밥이 부족하다 ⓒ 맛객

머위나물에 먹으면 항상 밥이 부족하다 ⓒ 맛객

머위대 한 단에서 벗긴 껍질을 장아찌로 만들어 놓고 보니 달걀 한 개 크기보다 적은 양이다. 하지만 감칠맛이 강해 소량씩 먹어도 맛이 충분히 산다. 맛객은 요즘 머위껍질장아찌로 밥맛을 돋구고 있다. 뜨거운 밥 위에 올려서 먹거나 물 말은 밥과 함께 먹는데 매번 밥이 적기만 하다. 막걸리 안주로 내 놓아도 아주 그만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18 14:5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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