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대학 사립대 통합이전, 정치 쟁점 되나

건교부 추진에 경기도-의왕시 반발

등록 2008.01.18 15:01수정 2008.01.18 15:02
0
원고료로 응원
a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줄을 잇는 의왕시 민원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줄을 잇는 의왕시 민원들 ⓒ 최병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줄을 잇는 의왕시 민원들 ⓒ 최병렬

건설교통부가 경기 의왕시에 자리한 한국철도대학의 4년제 사립대학화를 추진하며 고려대 서창캠퍼스로의 통합 이전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건교부와 의왕시 및 철도대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와 의왕시 등에 따르면 건교부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고려대 서창캠퍼스는 철도대학을 충남 조치원 서창캠퍼스로 통합한다는 큰 틀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양측은 지원 재정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기획예산처의 검토 후 내부적 조율 과정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로 현재 공석으로 돼 있는 고려대 총장이 새로 임명되는 다음달 중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건교부에 협상종결 선언을 요구한 한국 철도대학은 물론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철도대학의 4년제 철도종합대학으로 개편·존치 등 지역현안 문제를 건의하고 나선 경기도, 의왕시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통합과 학교 이전에 반대 입장인 철도대와 의왕시는 아무리 철도대가 건교부 소속이지만 통합 대상인 대학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일부 신분상의 문제로 불안해하는 교수들이 반대를 하고 있지만 철도대의 사립대 전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서 "애초부터 고려대와의 협상 시한을 정해 놓지도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인수협상 과정에서 견해차 보인 고려대와 철도대

 

건교부의 한국 철도대학 고려대 통합·이전 추진과 관련 철도대학측은 지난 10일 건교부에 '한국철도대학과 고려대학교 서창분교 간 우선협상 종결요청' 제목의 공문을 보내 지난해 10월31일로 만료된 협상시한 경과에 따라 협상종결 선언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철도대는 공문과 함께 철도대 4년제 개편 방안을 담은 연구보고서와 철도대 이전을 반대하는 교직원, 학생, 동창회, 의왕시민 등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첨부하는 등 고려대 서창캠퍼스로의 통합과 이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대 관계자는 "철도대가 건교부 소속이라 해도 당사자인 철도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건교부가 고려대와 약속한 협상 시한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통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 철도대학측이 반대하는 이유는 인수협상 과정에서 고려대 서창캠퍼스측과 교직원 신분보장과 처우문제를 놓고 극심한 견해차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 주도 철도대학 이전 반대 서명운동 나선 의왕시

 

a  의왕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철도대학 이전반대 서명운동

의왕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철도대학 이전반대 서명운동 ⓒ 의왕시청

의왕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철도대학 이전반대 서명운동 ⓒ 의왕시청

현재 철도대 이전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중인 의왕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의왕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철도시설 인프라가 구축된 한국 철도대학을 현 위치에 존치토록 요구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한국 철도대학 이전반대 서명운동을 1차로 전개한 결과 단 7일만에 당초 목표보다 많은 3만8천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의왕시는 이달 말까지 2차로 철도대 이전반대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뒤 오는 2월 1일 서명서를 건교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의왕시는 "건교부가 철도대 주변에 철도기술연구원을 확장하는 등 철도시설 집적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단순한 지역균형발전과 경영합리화 논리에 따라 한국철도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태"라고 지적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철도기반시설 인프라가 종합적으로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철도대학만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낙후된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잘못된 정책"이라 비난했다.

 

의왕시는 "철도대학이 (의왕에 자리하고 있는)철도박물관과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인력개발원, 현대로템연구소, 의왕컨테이너기지 등과 함께 복합단지를 형성해 시너지효과를 거두도록 철도대를 4년제 대학으로 개편해 현 위치에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의왕시는 철도산업 연구개발단지 육성 계획 추진과 연계할 수 있도록 철도대학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하고 현 위치에 그대로 두도록 요청하는 건의안을 최근 인수위에 제출했다.

 

a  한국철도대학 캠퍼스

한국철도대학 캠퍼스 ⓒ 철도대학

한국철도대학 캠퍼스 ⓒ 철도대학

뒤늦게 뒷북치는 지원대책 발표한 경기도

 

한국철도대학과 건교부의 이전 추진과정

의왕시 월암동 374 일대 4만4535㎡에 자리한 현재의 국립 철도대학은 1985년 8월 캠퍼스를 마련하고 현재 3년제 5개과, 2년제 2개과 등 총 7개과에 610명이 재학 중으로 그동안 3800여명 철도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 배출한 한국 철도교육의 유일한 산실이다.

한국 철도대학은 1905년 '철도 이원양성소'로 인천 제물포에서 개소한 이래 1985년 의왕시로 이전돼 오늘에 이르렀으며 의왕시민들은 철도대학이 문화적 여건을 조성했다며 철도대학에 거는 기대와 자긍심이 대단할뿐 아나라 의왕시 테마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교부는 2006년 12월 국립 2.3년제 전문대학인 현 철도대학을 4년제 종합대학교에 통합하는 '한국철도대학 사립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2007년 3월 철도대학 인수제안서 접수에 이어 5월 고려대 서창캠퍼스(조치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건교부는 늦어도 2년안에 철도대의 서창캠퍼스 이전·합병을 끝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대신문(1562호, 2007.5.13.일자)에 따르면 오는 2009년 철도대학 기존 2.3년제 7개 학과를 4년제 6개 학과로 구성된 '철도물류대학'으로 개편해 224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으로 서창캠퍼스내에 '철도물류대학' 단과대학을 신설해 합병시킨다는 계획이다.

고려대학 서창캠퍼스 기획홍보처는 2007년 5월에 일단 기존의 의왕 캠퍼스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철도대학을 2011년 서창캠퍼스로 이전·합병된 뒤 오는 2015년 행정중심 복합도시 충남 세종시로 서창캠퍼스가 이전할 때 최종적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경기도가 뒤늦게 나섰다. 지난해 12월 김문수 지사는 철도대학 이전에 반대하는 경기도 차원의 의회결의문 채택, 의왕시와 협력해 4년제 승격 추진, 철도단지를 집중육성사업으로 개발 등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을 실무진에 특별지시한 바 있다.

 

도는 철도대학, 철도박물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성능시험연구소가 집적화된 철도단지를 집중육성사업으로 '2010 경기계획'에 반영해 철도단지와 왕송호수, 자연학습공원, 조류탐사관학관과 연계한 철도테마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의왕시와 공동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철도대학을 4년제 대학으로 승격, 기존 의왕시에 존치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의왕시는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대학을 신·증설할 수 없다는 점에서 2년제인 철도대학의 4년제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신 정부 출범, 정치 쟁점 부상하나?

 

한편 의왕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철도대학의 의왕시 존치를 위해 2007년 초반부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의왕시에 건의를 했음에도 묵묵부답이고 군포시가 철도대학을 가져 갈려고 할 때도 의왕시는 뒷짐지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때늦은 뒷북치기를 질타했다.

 

의왕시는 철도대학 인수제안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 2007년 3월 말에서야 건설교통부, 경기도, 한국철도공사에 철도대학 존치와 현재 캠퍼스를 유지해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당시 경기도 또한 의왕시 건의에 관심과 대응도 하지 않고 도움도 주지 않았다.

 

더욱이 인근 군포시에서는 한세대학교, 군포시, 지역신문이 철도대학을 군포로 유치해 철도산업 클러스터를 시 브랜드로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하자는 발상에서 관 주도의 범시민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켜 철도대학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웃한 의왕시 - 군포시 두 지자체 간에 엉뚱한 신경전마저 벌어지면서 철도대학 및 철도인프라 '지키기와 끌어가기'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은 결국 양시 모두 실패로 끝났다.

 

현재 경기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수도권에 대학 신·증설 허용'을 건의하고 의왕시는 '철도대학을 국립 4년제로 승격시켜 의왕에 계속 존치해 줄 것'을 건의하고 나서 이 문제가 신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지 촉각을 모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01.18 15:0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왕 #철도대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