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 사이,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

[진단] 지분형 아파트를 반길 수만은 없는 두 가지 이유

등록 2008.01.18 16:31수정 2008.01.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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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안홍기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지난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실. 최재덕 경제2분과 전문위원이 "집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라며 말을 뗐다. 이어 '지분형 아파트' 라는 단어가 나왔다. 기자들은 갸우뚱했다. 그는 곧 예를 들었다.
 
결론은 2억원짜리 아파트를 5000만원이면 살 수 있다는 것. 기자들의 눈은 번쩍 뜨였다. 질문이 쏟아졌고, 브리핑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명박표 반값아파트'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집 없는 서민들 입장에선 귀가 솔깃할만했다. 주택 구입에 '투자' 개념을 도입한 발상 자체는 신선했다. 1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들어간 좋은 안'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꼭 그럴까.

 

이명박도 인정한 발상- 지분형 아파트

 

이명박표 반값아파트의 핵심은 아파트를 살 사람과 투자만 하는 사람을 구분한 것이다. 비율도 51대 49로 정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돈을 내서 아파트를 사고, 나중에 이 집을 팔 때 시세차익을 지분만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2억원짜리 아파트가 있다. 이 집에 들어가 살고 싶은 A라는 사람은 지분 51%인 1억200만원만 내면 된다. 투자자인 B는 나머지 49%인 9800만원을 낸다. A는 이 아파트를 내다 팔거나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B도 자신의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수있다.

 

만약 A가 1년후 이 아파트를 내다파는데 3억원으로 올랐다고 치자. 그러면 A와 B는 각각 51대49 지분만큼 각각 1억5300만원(A)과 1억4700만원(B)으로 나눠 가지면 된다.

 

집없는 서민들 입장에선 적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할수 있는 기회일수 있다. 또 이자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5000만원밖에 없는 신혼부부가 2억원 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최근 대출이자도 크게 올라 1년에 1000만원 가까이 부담해야한다.

 

하지만 지분형 아파트라면 아파트 값의 절반은 투자자의 몫이다. 또 나머지 가운데 절반은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리면, 이자 부담은 훨씬 줄고 5000만원으로 2억짜리 아파트를 장만하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집없는 서민들 입장에선 그리 나쁘지 않을수 있다. 이명박 당선인도 "서민이나 신혼부부 등이 적은 돈으로 자기집을 가질수 있다는 희망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개념 도입 아파트... 양극화와 아파트값 상승 주도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이 곳에도 함정은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 '투자' 개념을 도입하다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렵다는 데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소 금리이상의 투자 수익률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 한 목소리를 낸다.

 

이 제도를 위해선 아파트 값이 꾸준히 올라야만 가능하다. 또 이른바 돈이 되는 서울이나 일부 신도시지역 등의 경우에만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값 상승 여력이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초래될수 있고, 서울이나 수도권 일부를 중심으로 다시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질수 있다. 이 당선인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에 대해 "현재 주택값은 너무 비싸다"면서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말해왔다. 이 정책대로라면 정반대가 될수도 있다.

 

설령 아파트값이 올라 이익을 내려고 해도 쉽지 않을수 있다. 부동산 지분 투자와 주식투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거래량 자체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아파트 값이 충분히 올라서 자기 지분을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으면 이익을 올릴수 없다. 부동산 거래가 줄고, 시장 자체가 침체될 수도 있다.자금 상환 압박을 받는 투자자들이 지분을 싸게 내놓게 될 경우 아파트 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

 

이는 다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수 있고,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떠오르는 이유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자체가 거래량이 그리 많지 않고 변동성이 제한돼 있는 상품"이라며 "집값이 떨어지게 되면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투자자 지분 모두 부실화될 수 있고, 자칫 금융 쪽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도 "지분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개인이든, 연기금이든 금리 이상의 수익이 예상되는 곳으로 움직일수 있다"면서 "정부가 투자를 늘리기 위해 분양가를 크게 시세보다 낮출 경우엔 투기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의 내집 마련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철저한 보완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8.01.18 16:31ⓒ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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