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조준웅 특검 면담... 이건희 소환 '압박'

2차 수사의견서 전달... "소환 조사 미루는 이유 뭐냐"

등록 2008.01.24 12:07수정 2008.01.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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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내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건물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내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건물을 빠져 나가고 있다.유성호

경제개혁연대, 민변과 민주노총, 참여연대는 24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로 찾아가 조준웅 특별검사와 면담하고 두 번째 수사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번 수사의견서를 통해 ▲ 성역 없는 소환조사 ▲ 증거인멸 및 수사방해 행위 엄단 ▲ 미술품 구입과정 철저 수사 ▲ 국세청, 금감원 등에 수사협조 요구 ▲ 검찰과의 수사협력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또 비자금 조성과 관리, 불법 경영권 승계, 불법로비 등 삼성비리 3대 의혹에 대한 증거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전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핵심관계자에 대한 소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검팀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삼성그룹 핵심 임직원들을 단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고 있다"며 "계열사 관리담당 임원들이 엄청난 배임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과 광범위한 조직적 범죄라는 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실을 가벼이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초상권 침해까지 배려 받고 있는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삼성 임원들은 명백히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회장은 내부 제보만으로도 구속하면서...

특히 이들은 삼성특검팀이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를 늦추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삼성 관련 모든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이 이건희 회장인데도 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는 문제제기다.


이들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에서 검찰은 이건희 회장을 핵심 참고인으로 조사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그 시점은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룬 바 있다"며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와 관련해 특검은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검찰수사와 1, 2심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증거와 정황만으로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지난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당시 검찰은 현대자동차 내부자의 제보 하나로 전격 압수수색하고 정몽구 회장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며 "그에 비하면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의 수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지 않은 것이나, 특검이 소환을 미루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비롯한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과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사용, 분식회계, 로비 등에 대해 상시적으로 지시하고, 승인,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 특검 대상 사건 전반에 걸쳐 행위 및 이익귀속주체, 최종책임자로서 지체 없이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 측이 충분한 사전조사 이후 소환조사를 하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주어진 의혹과 혐의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며 또 수사기간이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 회장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재용 전무와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밖에도 삼성에버랜드 사건 및 증언조작 관련자 전원, 비자금 조성을 위한 분식회계와 관련된 계열사 관리임원 및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 담당자, 해외현지법인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에 관련된 전현직 삼성임원 및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책임자, 불법로비의 대상이 된 검찰, 정치인, 공직자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빠른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술품 수사와 관련, 이들은 "2007년 8월까지도 김용철 변호사와 신필열 전 삼상라이온스 사장의 차명계좌에서 인출된 돈(수표)으로 그림을 구입한 정황으로 볼 때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꾸준히 구입한 것은 분명하다"며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부인할 개연성이 크고 당사자들의 진술과 관계없이 용이하게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눈앞에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1만여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미술품의 구입 경위, 자금의 출처, 거래과정에서 불법행위(탈세, 도굴품 거래 등)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9일에도 삼성 특검이 공식 출범에 앞서 특검이 꼭 수사해야할 36가지 항목을 담아 1차 수사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삼성특검 수사에 대한 의견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1. 들어가면서

삼성 비자금 및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과 관련해 고발인들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변호인단 등과 함께 지난 1월 9일 「특검이 반드시 수사해야 할 사항」이라는 제하의 1차 수사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의견서를 통해 고발인들은 경영권 불법승계(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서울기술통신, e삼성), 비자금 조성 및 관리 및 사용, 불법로비 등 특검법이 명시하고 있는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해 총 36개의 수사항목(별첨자료 참조)을 특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특검 출범 이후 삼성 본관 및 계열사, 핵심임원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최근의 미술품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 그리고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계열사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조사 등은 특검의 수사의지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일정 정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고발인들은, 특검에 주어진 시간과 인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사건의 수사가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러한 뜻에서 특검 수사에 보탬이 되도록 다음의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합니다.

2. 성역 없는 소환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 소환조사의 원칙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삼성 임직원 등에 대한 출국금지 확대와 소환조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로는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핵심적인 임직원들을 단지 참고인’신분으로 소환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이 단순히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재의 전략기획실)의 몇몇 핵심 임원들의 은밀한 불법행위가 아닌 계열사 관리담당 임원들이 엄청난 배임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과 광범위한 조직적인 범죄라는 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실을 가벼이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따라서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서 초상권 침해까지 배려 받고 있는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삼성 임원들은 명백히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 수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 이건희 회장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삼성 관련 모든 의혹사건의 핵심적 인물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인가의 여부입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이하 ‘삼성에버랜드 사건’이라 합니다)에서 검찰은 이건희 회장을 핵심참고인으로 조사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그 시점은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룬 바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와 관련해 특검은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검찰 수사와 1, 2심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증거와 정황만으로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2007. 시민단체의 이건희 회장 기소촉구기자회견 및 2008. 1. 9. 「특검이 반드시 수사해야 할 사항」이라는 제하의 1차 수사 의견서에서 충분히 밝힌 바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당시 검찰은 현대자동차 내부자의 제보 하나에 근거해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으며, 정몽구 회장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난 검찰 특별수사 ? 감찰본부(이하 특본)의 수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지 않은 것이나, 특검이 소환을 미루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비롯한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과 비자금 조성 ? 관리 ? 사용, 분식회계, 로비 등에 대하여 상시적으로 지시, 승인을 하였으며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삼성 특검 대상 사건 전반에 걸쳐 행위 및 이익귀속주체, 최종책임자로서 지체 없이 소환하여 철저한 조사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충분한 사전조사를 한 후 소환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만 주어진 의혹과 혐의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 사건에서 그리고 수사기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특검의 상황을 고려하여 볼 때 이건희 회장에 대한 여러 차례의 조사를 행하는 것도 필요하다할 것이어서 소환조사를 미루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조사의 신속성과 여러 차례 소환조사의 필요성은 이건희 회장 이외의 주요 수사대상자들 모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다. 이재용 전무

이재용 전무에 대한 소환조사의 필요성 또한 분명해졌습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증언이 전부 조작되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김석 삼성증권 부사장은 지난 특본 수사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 사건 당시 자신이 구조본 상무의 부탁을 받아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석 부사장이 이처럼 진술을 변경함에 따라 “김석으로부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할 의사를 타진 받았다”는 이재용 전무의 기존 서면진술 또한 허위임이 드러났으므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것입니다.

라. 이학수 등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

전략기획실의 핵심임원으로서 삼성관련 모든 의혹의 핵심인물이며, 특히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포함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마. 홍라희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술품 30점 가운데 2,3점이 에버랜드 압수수색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중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1979년 작품인 '모나리자'는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30점의 리스트 18번째에 나오는 것이며, 200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0만 달러에 팔렸지만 지금은 2백만 달러를 호가할 것으로 미술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도 여러 점 발견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명백한 증거가 드러난 바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홍라희에 대해서도 조속한 소환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바. 기타 관련자들
이밖에도 삼성에버랜드 사건 및 증언조작 관련자 전원, 비자금 조성을 위한 분식회계와 관련된 계열사 관리임원 및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 담당자, 해외현지법인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에 관련된 전현직 삼성임원 및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책임자, 불법로비의 대상이 된 검찰, 정치인, 공직자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 고발인들은 이번 사건의 조사에 있어 어떠한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되며,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사건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대상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는 특검의 수사 의지를 가늠 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 판단합니다.

3. 증거인멸 및 수사방해 행위를 엄단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 초기부터 삼성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수사의 실질적 진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특본 수사 당시에도 삼성이 대대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모든 사업장에 내려 보낸 ‘보안지침’에는 ▲ 2001년 이전 작성문서, ▲ 시민단체, 관청, 구조조정본부, 자회사, 관계사 관련자료,▲ 구조조정본부가 실시한 경영진단문서 등을 모두 파기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지난 1월 11일 저녁 ’일요일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테니 모두 출근할 것‘을 지시하는 지침을 받았다는 것과, 이건희, 이재용, 이학수 등의 이름이 들어간 문건들은 내용을 불문하고 모두 없앴다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한 간부의 증언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의 경우 역시 2007년 11월부터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컴퓨터와 책상 서랍을 점검하면서 자료 삭제 및 분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며, 삼성SDI 본사에서는 보유 중인 모든 전자문서를 ’넷디스크‘로 옮겨 저장하고 개인용 컴퓨터의 자료는 모두 삭제하라는 문서로 된 지침도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대주주ㆍ일부 임원들의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문서 폐기 등을 한 혐의는 형법 제155조 제1항에서 규정한 증거인멸의 죄에 해당하며, 이는 이건희 회장 일가를 비롯하여 각종 불법행위에 가담한 구조조정본부 및 삼성그룹 관리담당임원 등의 범죄행위 은폐, 축소를 위하여 전 삼성그룹 임직원을 증거인멸죄의 공범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참고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혐의에 대하여는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한다는 판례(대법원 99도5275 판결 등)의 태도에 비추어 이는 명백한 것입니다.

삼성그룹은 과거에도 ▲ 1998년 삼성자동차 직원들이 공정위 조사관으로부터 증거자료를 빼앗아 파기한 적이 있고, ▲ 1999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가 ‘공정거래 조사 관련 문제점 및 대응방안’이라는 지침을 통해 내부 자료 폐기를 지시한 적도 있으며, ▲ 2000년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당시 자료은폐를 지시한 문건이 공개된 적도 있습니다. 2003년 검찰의 대선 불법정치자금 수사 당시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부사장도 그 존재를 인정한 삼성본관 27층 비밀금고 등이 최근 특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은 조직적 증거인멸행위의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는 단순한 개별기업 또는 임원들 차원의 위법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권력을 기망하고 교란하기 위한 것이며, 특검 수사에 대한 전면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이에 대하여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해 엄벌할 것을 요청하는 고발장을 제출했으나, 수사주체인 특검에서도 삼성 측의 증거인멸, 이유 없는 소환불응이나 지체 등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엄히 규율할 것을 요청합니다.

4. 미술품 구입 과정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특검은 최근 에버랜드의 미술품 창고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틀간에 걸쳐 이루어진 압수수색 결과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행복한 눈물’‘베들레헴 병원’등 고액의 그림 두 점이 없다는 사실 외에 특검이 향후 이 사안을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지적한 몇몇 작품이 특검의 압수수색 결과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미술품 구입은 비자금 사용처로서 특검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버랜드 창고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많은 숫자의 미술품의 구입경위 및 자금출처를 조사하게 되면 비자금 조성과 사용내역은 드러날 수밖에 없는바, 이는 비자금 조성 경위 및 내역에 관한 부분으로서 명백히 특검의 수사대상인 것입니다.

미술품 수사가 중요한 것은 이미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 문제의 두 작품 이외에도 여러 건의 비자금을 통한 고가 미술품 구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2007년 8월까지도 김용철 변호사와 신필열의 차명계좌에서 인출된 돈(수표)으로 그림을 구입한 정황으로 볼 때,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꾸준히 구입한 것은 분명하므로,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부인할 개연성이 극히 크고 이럴 경우 그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정관계 로비 의혹과는 달리 당사자들의 진술과 관계없이 보다 용이하게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눈 앞에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 만 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미술품에 대해 구입 경위, 자금의 출처, 거래과정에서 불법행위(탈세, 도굴품 거래 등)가 있었는지를 낱낱이 살펴야 할 것입니다.

비록 특검이 한정된 인원과 수사기간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바이나, 진정 수사의지가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문 인력을 동원하거나 협조를 받아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가령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된 미술품들에 대해서도 특검이 직접 또는 삼성을 통해 미술품 리스트를 확보한 이후, 인터넷상의 미술 관련 사이트 등을 통해 각 미술품의 경매나 거래 시기, 시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필요하면 미술전문가의 협조를 받아서 거래 실체를 파악하는 것도 일정 부분 가능할 것입니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에버랜드 압수수색에서 드러난 수많은 미술품들이 재단이나 이건희 회장 개인소유라고 변명하였는데, 가령 재단의 소유라면 미술품은 재단의 고정자산 항목에 속하고 이에 대해서는 재단의 관할 관청에 대하여 재산목록이 제출되어 있으므로 관할 관청으로부터 이를 확보하여 과연 어떤 미술품이 재단의 소유로 분류되어 있는지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고, 이건희 회장의 개인소유라고 한다면 개개의 미술품을 구입할 때 이건희 회장 자금이 지출된 근거에 대하여수사함으로써 삼성의 주장의 진위를 밝히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삼성은 위 미술품들에 대하여 기존에 전시회에 전시하였다가 보관하고 있는 작품들이라는 주장도 하였는데, 전시회에 전시하였다가 보관한 미술품이라면 전시회 일정 및 팜플렛, 리스트 등을 확보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삼성의 주장대로 문화사업을 위한 투자라면 일반 대중을 위하여 공개하여 국민의 문화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하였어야 함에도 수많은 미술작품들을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비밀리에 봉함하여 보관한 것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오로지 편법적 부의 증대수단이나 탈세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술품과 관련하여 특검의 추가적, 계속적인 수사는 불가피한데 이미 압수수색 영장집행이 종료한 만큼, 특검은 추가영장을 발부 받아 엄청난 규모로 밝혀진 미술품에 대하여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하며, 만일 특검이 객관적인 조건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모든 수사를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최소한 현장 봉인 조치 등을 통해 향후 미술품들이 장물이거나 탈세, 횡령행위 등이 밝혀질 경우 추징, 몰수할 필요성에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5. 국세청, 금감원 등의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요구해야 합니다

삼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조사기관들이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협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특본의 비자금 수사 결과 삼성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수천 개에 이르는 차명계좌를 개설해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특본도 그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듯이, 전국의 금융기관에 개설된 전현직 삼성 임원들 명의의 계좌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포괄적 영장 발부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하나의 비자금 계좌에서 파생되는 여러 차명계좌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계좌들을 조사하려면 일일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사 지연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나 특검보다 금융거래정보 조회에 있어서 전문적이고 조사권한이 있는 국세청이나 차명계좌 개설과 관련된 금융기관들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 등이 직권으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차명계좌 여부에 대하여 밝혀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특검은 비자금 수사와 관련된 차명계좌 조사를 위해 이들 조사기관에게 적극적인 수사협조를 요구하는 등 그 자료 확보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비상장계열사의 개인 명의의 주식은 대부분 차명주식이라고 진술한 바 있으며, 국세청 조사국이 주기적으로 대기업 지분이동조사를 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특검은 국세청이 그동안 삼성에 대해 진행한 지분이동조사 결과를 수사 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에 대한 조사 여부 및 결과는 반드시 제출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국세청이 이에 불응한다면, 국세청 조사국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사하여야 할 것입니다.

6. 검찰과의 수사협력이 필요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삼성과 관련된 수많은 의혹 사건들 모두가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포괄되어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검찰이 삼성 관련 사건들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것은 검찰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특검법에 의해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특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그룹 차원의 조직적 공모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특검 수사와는 별도로)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검찰에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예컨대, 이미 제기된 의혹들 중 삼성상용차의 분식회계 사건이나 중앙일보의 위장 계열분리 의혹, 그리고 1999년 이재용 씨 등의 삼성투신 주식 취득 과정 등 특검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 검찰이 즉각 수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하고, 그 수사 내용 중 특검의 수사대상과 직간접적 관련을 갖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특검에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검찰과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특검 수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판단합니다.

다른 한편, 최장 105일의 제한된 수사기간 내에 제한된 인력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특검의 조건상, 특검법에 명시된 의혹사건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의 하나 특검의 수사기간 내에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에도 특검은 사건을 종료해서는 안 되며, 미처 수사하지 못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추후 검찰이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취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진행 중인 특검의 수사가 결코 향후 검찰의 수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특검은 지금부터라도 검찰과의 수사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7. 결론

앞서 거론한 사항들은 특검의 수사와 관련된 일반적 기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여러 난관들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검은 제한된 수사기간과 제한된 수사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특검팀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번 삼성 특검이 단지 한 기업의 불법행위 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패구조를 청산할 것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란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특검이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을 때에만,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며, 삼성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발인들이 오늘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제출한 수사의견을 참고해 줄 것과 이 사건의 실질적인 고발인에 다름없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갖고 있는 수사정보를 십분 활용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2008. 1. 24

경제개혁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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