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웃음엔 장사없고, 배움엔 선후배 없다"

[2008 예능스타 릴레이 인터뷰 ③] 개그맨 겸 MC 김용만

등록 2008.01.25 15:32수정 2008.01.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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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거친 방송을 하고, 때로는 팽팽한 대결이 펼쳐지는 퀴즈쇼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조율한다. 그러다가도 엉뚱한 감정을 해 폭소를 자아내고, 연예 정보를 전하며 유쾌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MBC <일밤>의 '경제야 놀자', <섹션TV연예통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BS <라인업>, KBS <1대 100>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방송인 김용만의 얘기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이란 점을 빼고는 쉽게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각각의 색깔에 맞게 소화해낸다. 특별히 튀진 않지만, "물 흐르듯" 프로그램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그의 진행 방식 덕분이다.

그러나 최고의 MC 자리를 10년 가까이 지키고 있는 그에게도 여전히 "한 달에 몇 번이고 슬럼프가 온다". 방송을 시작한 지 17년 째, 마흔을 넘은 지금은 그나마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조금 터득한 정도"다.

"웃음엔 장사없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요즘도 후배들의 진행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는 김용만을 18일 오후 8시 <섹션TV연예통신> 녹화장에서 만났다.  

 개그맨 겸 MC 김용만씨
개그맨 겸 MC 김용만씨PD저널
- 벌써 데뷔한 지 17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랜 기간 방송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방송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인 때도 물론이고 지금도 방송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게 내 욕심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첫째는 시청자들이 허락해줘야 되고, 다음은 같이 방송을 만드는 PD, 스태프, 선후배들이 허락해줘야 되는 건데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고맙다."

- <라인업>의 태안 자원봉사 방송 조작설 등 잇따른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가벼운 가십거리로 프로그램을 띄우는 방법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다. 만약 그런 마음으로 방송 했으면 이렇게 오래 하지 못 했을 것이다. 태안의 경우 막상 가서 보니 뉴스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현장이어서 놀랐고, 그게 그대로 방송돼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 가타부타를 떠나 진실은 언제든 밝혀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논란 때문에 다른 봉사자들이 피해 입을까봐 굉장히 조심스럽다. 자신을 알리지 않고 태안에 가는 연예인들이 많은데 태안에 가는 사람 중에 가식적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면 따끔히 받을 테니 프로그램 자체로만 채찍질 해주셨으면 좋겠다."

- 리얼 버라이어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재밌게 보고 있어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리얼 버라이어티의 형식을 띠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한도전>의 경우 시청률이 안 나왔을 때부터 멤버들이 하나가 돼 이끌어오면서 서로의 습성까지 다 알게 됐다. 지금 저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여자친구의 상태가 어떤지, 이런 것들이 나오면서 '리얼리티'가 생겼다. 적어도 6개월~1년은 지켜봐야 그때부터 그 팀의 진정한 리얼리티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을 좀 더 속속들이 알고, 지금 저 친구의 팬티 색깔이 어떤 색이라는 것까지 알 정도로 친해져야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보면 볼수록 깊은 매력이 있을 것이다. <라인업>도 지금 숙성돼가는 과정이니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퀴즈쇼 KBS <1대100>을 진행하고 있는 김용만씨
퀴즈쇼 KBS <1대100>을 진행하고 있는 김용만씨KBS

- 다양한 색깔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맡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번 프로그램을 하면 '오래 하자'는 주의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도 6년이 넘었고, <일밤>도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된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오래 하던 것이다 보니 새롭게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다른 색깔의 프로그램, 내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된다. <1대 100>의 경우도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색깔의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생각에 MC를 맡게 됐다."

- 남희석씨는 외국인과 방송을 잘하고, 유재석씨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요즘 MC들이 특성화돼 있는데 김용만씨의 경우는 뚜렷한 차별성이 없는 것 같다.  
"'MC의 특성화'는 굉장히 무의미하다고 본다. 바꿔 얘기하면 유재석씨가 외국인 나오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고, 남희석씨가 리얼 버라이어티를 한다고 못하는 게 아니다. 버라이어티를 하는 사람은 가수처럼 발라드 전문, 댄스 전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 해내야 하고, 다 할 수 있어야 된다. 특성화됐다고 하는 건 그냥 보기 좋게 나눈 것 아닐까."


- 슬럼프가 올 때 어떤 식으로 극복하나.
"사실 버라이어티를 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 한 달에 몇 번이고 슬럼프가 온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버라이어티를 하는 친구들은 작건 크건 슬럼프가 온다. 나의 경우 지금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조금 터득한 정도다. 슬럼프가 올 땐 초심을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얻는다. 특히 요즘엔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얼마 전부터 혼자 차문화를 즐기기 시작해 저녁 때 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후배들을 모니터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한다. 유재석, 신동엽, 남희석씨 모두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예전에 주병진, 이경규씨의 코미디를 보면서 처음 시작했지만, 요즘은 그런 배움의 모델들이 선배가 아니라 후배가 됐다. 웃음엔 장사 없고, 배움엔 선후배가 없다." 

- MC로서 갖고 있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나.
"개그맨이 되기 전 다운타운에서 5년간 MC를 할 때부터 삼았던 신조 세 가지가 있다.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재미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물 흐르듯 진행하자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좀 더 재밌어야 된다고 해서 억지를 부리고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첫 취지에 맞게 계속해서 물 흐르듯이 진행해야 된다. 이 세 가지가 빠지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 2007년에 대한 평가와 올해 포부는.
"지난해엔 개인적으로 옷사업 등 방송 외적으로 뭔가 해보려고 했었다. 주식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내리막을 심하게 꽂으면서 큰 실패로 돌아갔다(웃음). '2007년아 어서 가라'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지난해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소중함을 느낀 한 해였다. 그래서 2008년을 시작하면서 기분이 참 좋았다. 2008년엔 '본업인 방송을 좀 더 열심히 해야되겠다' 그리고 '주식에 투자하지 말고 나를 위해 좀 더 투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김용만 #개그맨 #MC #리얼 버라이어티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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