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있는 A영어유치원에 비치된 외국 '원서'. 이곳에서 한글을 보기는 어렵다.
박상규
"Who are you?"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A' 영어 유치원에 들어서자 7살 남자 아이가 물었다. 물론 한국 아이다. 질문을 받고 무척 당황했다. 영어로 답해줘야 하나, 그냥 한국말로 해야하나 고민이 됐다.
"He's parents of student."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옆에 서 있던 박모 상담실장이 구세주처럼 대신 답했다. 그러자 아이는 "Wow really? Nice to meet to you!"라며 손을 내밀었다. 얼떨 결에 아이와 악수를 했다.
사실 기자는 미혼이지만, 영어유치원 상담을 받아보기 위해 학부모라고 밝혔다. 멋쩍어져서 이번엔 기자도 영어로 물었다.
"What's your name?""I'm sam"
또다시 어리둥절해졌다. 박 실장은 "유치원에서는 영어로 된 닉네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치원의 신발장에 붙은 이름표에는 모두 'Allison' 'Jolly' 'Tomson' 등의 영어 이름만 적혀 있었다. 신발장만이 아니다. 유치원에서 한글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당연히 교재는 영어로 돼 있고, 동화책도 미국이나 영국의 '원서'다.
교실에서는 외국인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부르는 동요가 들렸다. 물론 영미권 동요다. 안을 들여다보니 정면에는 교실 "only speak English"가 적혀 있었다. 오르내리는 계단에는 "조심하세요"가 아닌 "One step at a time. Be careful"이라고 적혀 있었다.
A영어유치원에는 5~7세까지 약 150명의 원생들이 다니고 있다. 이 원생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면서 생활한다. 물론 주 2시간 정도는 모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1개월 등록금은 92만원으로 일반 유치원에 비해 약 3배 정도 비싸다. 그래도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A영어유치원에는 강남만이 아니라, 송파와 서초에서도 아이들이 '원정'을 온다.
학부모들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교실마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 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의 모습은 실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 된다. 학부모들은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만 연결하면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교사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고, 아이들 인권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실장은 "부모님들 안심시켜 드리는 데 좋고,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곳에서 3년 과정을 마치면 고등학교 영어책을 읽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글로벌 시대에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초중고 시절의 높은 과외비를 생각해도 영어유치원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영어 교육이 강화되면 영어 유치원의 인기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