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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대야에 같이 발을 담그고 씻었다. ⓒ 전희식
우리 어머니는 발을 안 씻으려고 한다. 날씨가 춥고 하니 따뜻한 이불속만 파고 드신다. 발을 안 씻겠다고 하실 때의 이유는 터무니 없지만 태도는 워낙 단호해서 어쩔 도리가 없어 고심하는 중이었다.
이치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발 씻으면 간지러워서" 또는 "자꾸 씻으면 발 가죽이 닳아서" 라든가 둘러 대는 이유가 너무 확신에 차 계신다.
어제는 어머니 발을 씻겨 드리기 위해 고안 한 특별한 방법이 통했다.
대야를 방에 들이기 전에 어머니랑 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어머니 발이 왜 이리 크냐고 넌지시 물었다. 발 이야기가 나왔다 하면 시작되는 어머니의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줄거리가 나는 훤하다. 그 뻔한 이야기 보따리를 어머니는 신이 나서 술술 풀어 놓으셨다.
"시집이라고 갔더니 신랑이라는 게 한 뼘도 안 되는 기라. 발이"
"코 고무신을 신을 수가 있어야지. 한 번 신고 싶어서 장터를 다 돌아 다녀도 크게 만들면 예쁘지가 않아서 신발가게 흉잡힌다고 없대."
"어디 가면 신 바꿔 신을 걱정 없어 좋았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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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룽지 먹기 좋게 만들었다.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타지도 않게. ⓒ 전희식
이때 부엌 가마솥에서 더운 물을 대야에 담아 살그머니 들이고 모자간에 발 좀 누가 큰지 대 보자고 했다. 내가 먼저 양말을 훌렁 벗어 던지고 대야물에 담갔다. 어머니가 거절하고 자시고 틈도 안 주고 버선을 벗겨 대야에 담았다.
"어머니 닮아 저도 발이 커요" 했더니 아들이 어미 닮지 누구 닮느냐고 하신다. 가만히 계시기에 슬슬 발을 씻겨드렸다. 그러면서 준비해 둔 누룽지를 꺼냈다.
낮에 프라이팬에 주걱으로 찬 밥을 골고루 펼쳐 가며 만든 누룽지였다.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물기를 남겨 곱곱하게 잘 누른 누룽지를 맛있게 드셨다.
누룽지를 다 드실 때까지 발을 씻었다. 씻는다기보다는 더운물 맛사지를 한 셈이다. 오래오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http://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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