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경찰에게 인수 인계
김문숙
마을 경찰은 더 반가워 한다. 안 그래도 할 일이 없었는데 과제가 생긴 모양이다. 남자 경찰들과 에릭은 경찰서에서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한 여 경찰에게 나랑 숙소를 점검하라고 한다. 그 조그마한 마을에 호스텔은 두 개나 있었다.
여 경찰은 "왜 하필 자전거로 힘들게 여행하냐?"고 이해가 안 간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렇게 자전거로 여행을 하니 경찰의 경호를 받는 경험도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그래도 본인은 죽어도 꿈에서나 해 볼 일이라고 한다.
숙소에 여 경찰과 들어가서 방을 점검하니 숙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놀란 모양이다. 모든 것을 안전하게 책임지겠단다. 남자 경찰과 여자 경찰과 함께 자전거를 끌고 숙소에 오니 숙소 주인이며 주변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방에 집어 넣는데 돕겠다고 난리다.
너무나 따뜻한 환영이라 이 마을에 나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자 경찰은 나에게 빨리 방문을 닫으라는 신호를 준다. 다른 방의 손님들이 우리 짐을 보고 탐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자전거에서 짐을 떼는 것도 보여주지 말라고 충고한다. 맞다. 방심한 사이에 물건이 없어질 수도 있고, 아주 쉽게 자전거에 짐을 부착하고 떼어내면 누군가 훔칠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자전거와 짐을 다 넣으니 경찰은 저녁은 어디서 먹고 우리에게 신변의 안전을 특별하게 강조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경찰서에 꼭 들르라고 한다. 마을을 빠져 나갈 때까지 경호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마을을 들어설 때 약간 이곳에 거친 곳이구나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관광객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 사실 내 마음이 더 위축되긴 했었다. 그리고 한편 우리를 도와주려고 했던 경찰을 나도 모르게 의심했던 것이 미안했다.
불신이 불신을 초래한다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또한 이 마을 사람들이 서로 서로 불신하고 의심하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개별적으로 보면 정말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아마도 개중에 몇 명이 나쁜 짓을 한 것이 소문이 나서 위험지역으로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프랑크푸르트의 기차역 근처에서 관광객이 털리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데 남미, 게다가 시골에서 털렸다고 하니까 더 많은 유언비어가 도는 경향도 없지 않을까 싶지만 조심해야지!
에릭은 경찰에게 경호를 받으면서 여행을 잠깐이라도 한 것이 무지 재미있었다고 한다. 난 사실 그 지역을 벗어나면서 불안했는데 말이다. 우리를 잘 경호해준 도로의 경찰과 마을 경찰에게 감사할 뿐이다.
※ 다음편은 페루 북쪽과 유적지 방문을 들려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김문숙 기자는 2005년부터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를 여행후 2007년 6개월의 휴식을 뒤로 하고 현재 페루 북쪽과 에쿠아도르를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다.
저서: 『안데스 넘어 남미를 달린다』나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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