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찌그러졌어요.백화점에서 기둥에 긁히고 부딪친 후 이렇게 폐차가 다 되었답니다. 남편의 한숨은 늘어만 갑니다.
박주연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은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했다.
따르릉. 따르릉.
"당신! 어디야? 밥은 먹었어?"
평소엔 점심시간에 전화하지도 않던 남편이 이날만큼은 전화를 해온 것이다.
"괜찮아. 당신 다치지 않고, 다른 차 피해 안 줬으면 됐지 뭐. 다행이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요."
야근을 할 거라던 남편은 서둘러 퇴근을 했고, 딱히 화는 안 냈지만 뒤돌아서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연식이 오래된 차라 정비소에서 고치기는 아까웠던지 며칠후 남편은 마트에서 차색깔과 비슷한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와 열심히 작업을 하더니 탈 만하다며 기뻐했다.
마음놓고 운전하라고, 차는 찌그러져도 사람만 다치지 않으면 된다던 남편은 가끔씩 차를 탈 때마다 투덜대곤 한다.
"그래도 탈 만했는데, 이젠 폐차를 다 만들어 놨어. 타고 다니기에도 창피하게…."
그후, 한동안은 운전하기가 두려웠다.
가까스로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어 운전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어제, 사건은 또 일어났다. 둘째가 감기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다. 지하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십여 분이면 진료를 볼 수 있기에 약국 앞에 주차를 했다. 약국에서 기다리는 동안 내 차를 바라보니, 와이퍼에 하얀 종이가 끼여 있었다. 광고전단지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정체모를 두려움이 날 엄습해 왔다.
'과태료부과대상차'
빨갛고도 선명한 글씨의 하얀종이. 주차위반 딱지였다. 약국사람들은 자기일처럼 안타까워했다. 번번히 딱지 떼는 곳이라고. 그동안은 운이 좋았던 모양이라고 한결같이 입모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