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4번씩 빨래를 해도 빨랫감이 밀립니다. 방학이면 쌀 60kg이 한 달 만에 훌쩍 없어지지요. 가스비·전화요금도 장난 아니지만 별 탈 없이 착하고 무럭무럭 잘 커 주니 마음만은 부잡니다.”
옥포동 팔랑포 마을 한켠에 보금자리를 틀고 7남매를 오순도순 키우는 변영수(48) 이옥순(42) 부부는 힘들고 어려운 가정형편이지만 조용한 날이 없고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올해 열아홉 살인 맏아들에서부터 세 살배기 막둥이 등 7남매의 재잘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행복한 웃음이 넘쳐난다. 서로가 엄마 아빠가 되고 친구가 돼 알아서 자란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아들딸 모두 인성 하나만은 100점이라고 자랑하는 변씨 부부. 이들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꿈이 있다. 올해는 반드시 붕어빵을 만들 수 있는 ‘빵틀’ 하나를 구입, 아이들에게 직접 맛있는 붕어빵을 만들어줄 요량이다.
간식 한 번 변변히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과, 가끔 사오는 붕어빵 5000원치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아빠 더 없어’ 하는 애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가슴에 사무쳤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에서 제법 큰 과일가게를 했던 변씨 부부가 고향 거제를 다시 찾은 때는 98년. IMF 영향 등으로 가게가 망하고 빚만 떠안은 채 아들 셋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먹고 살길이 막막한 이들 부부가 시작한 일은 과일 노점상.
남은 돈 30만원으로 진해에서 단감을 사 와 옥포매립지 도로변에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을 상대로 팔기 시작했고, 이제는 이곳에서 사과를 팔고 있다.
다행히 도로변에서 노점상을 하지만 별다른 민원도 넣지 않고 묵묵히 과일을 사 주는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고맙기만 하다고 말하는 변씨 부부는 “요즘은 장사가 안 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며 “큰 욕심은 없지만 아이들 굶지 않고 붕어빵 사 줄 정도로만 장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이어 “둘째 재호가 우리 가족은 언제 외식 한 번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슴 아팠다”며 “올해는 붕어빵틀도 사고 아홉 식구 모두가 함께 모여 간단한 외식 한 번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생활은 어렵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변씨 부부. 넷째 다섯째를 낳을 때는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들어 출산 다음날부터 장사를 나갔어야만 했지만 이제는 탐스런 사과처럼 올망졸망한 귀여운 아들딸이 7명이나 된다. 고난도 많았지만 아이들이 많아서 얻는 기쁨도 크다는 것.
아이들 모두 제대로 된 예방접종 한 번 안 했어도 건강하게 자랐고 누구나 다 보내는 학원 한번 못 보내도 공부를 곧잘 했다. 큰아들 청모는 지방기능경기대회 용접부문에서 금메달을 따 현재는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연수 중이다.
더구나 삼성중공업 봉사단체에서는 7남매를 위해 집까지 증축해줘 겹경사가 났다. 아궁이는 입식부엌으로 개조됐고 화장실과 딸아이 공부방도 생겼다. 비록 1부와 2부로 나눠 밥을 먹지만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 밥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2살 앳된 나이에 중매로 남편을 만나 선본 지 20일만에 결혼식을 올려 대가족을 거느리게 됐다는 옥순씨는 “애 낳을 때마다 친정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들어와 이제는 친정 엄마 뵙기조차 겁나지만 아이들이 다 크면 외롭지 않고 누구보다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빨래만 해도 3∼4번, 한 달 쌀 소비량 60kg, 1년에 제사 13번, 아들딸 7명인 변씨 가족은 비록 기초생활수급자에다 노점상으로 끼니를 이어가지만 부족함 속에 넉넉함이 있는 다복하고 통 큰 가족이다.
덧붙이는 글 | 거제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2008.01.30 17:4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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