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체력이 고갈되어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아 끝내 울음을 터뜨린 참가자.
이윤기
진행팀이 바비큐 준비를 하는 동안 기념품도 구입하고 성산포 구경을 나가라고 권했지만, 아이들은 샤워를 하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겠다며 잠을 청했다. 민박집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제주 흑돼지 10kg과 군고구마를 해먹고도 모자라 통닭 세 마리를 10인분에 밥을 모두 비우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튿날 새벽, 7시 20분 해뜨는 시간에 맞추어 성산일출봉에 해맞이를 가려고 6시 30분에 숙소 앞으로 나갔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출을 못 보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기상청에 전화를 했더니 예상 강수량 5mm, 오후에는 비가 갠다고 하였다.
해맞이를 못해도 성산일출봉은 올라가자고 마음이 모아져서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걸어서 일출봉에 올랐다. 비가 오기 때문이었는지, 월요일 아침이기 때문이었는지 매표소 직원도 나와 있지 않아 무료로 들어갔다. 혹시 구름 사이로라도 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7시 30분이 될 때까지 서 있었지만, 날이 밝아 오면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일출을 볼 수는 없었다.
사일째, 마지막 날 코스는 제주 올래 제 1코스를 따라서 출발하는 길이었다. 아침 식사는 올래 길에 있는 ‘시흥해녀의 집’ 조개죽을 예약해 두었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초코파이 하나씩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종달리 해안도로를 따라 길을 나섰다. 새벽에 편의점에 들러 시중가격보다 두 배나 비싸게 주고 산 일회용 비닐 비옷을 입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로에 뛰어들어 페달을 밟았다.
참가자들 중에는 “일정 하루 늘여서 민박집에서 눌러앉아 쉬었다 가요”하는 제안도 있었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일정이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도저히 어려운 상황이면 트럭을 불러서 싣고 가더라도 예정대로 일주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원래는 거리도 짧아 가장 여유 있는 일정을 준비한 날이었는데, 비 때문에 일주 구간 중 가장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제주 일주 마지막 날, 비를 맞으며 달리다참가자 모두가 비가 내리는 도로로 나서는 것을 망설였지만, 막상 해안도로에 접어들어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이내 비 맞고 달리는데도 익숙해지는 듯하였다. 성산일출봉에서 아침식사를 예약해 놓은 시흥해녀의 집까지는 30분 거리였다. 이 집 조개죽 맛도 끝내주는데 나중에 따로 소개할 것이다.
겨우 30분을 달렸을 뿐인데, 대부분 장갑과 양말 그리고 바지 허벅지 부분이 비에 젖어서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여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진행팀에서 예약만 하고 시간을 확정하지 않아 1시간 남짓 기다렸다 맛있는 조개죽으로 아침을 먹었다. 예약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침식사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여 이날 하루 일정을 빠듯하게 진행하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