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가족이 더 그리운 미혼 엄마들

홀트아동복지회 아름뜰을 찾아

등록 2008.02.05 11:30수정 2008.02.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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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

ⓒ 김은희

 

민족의 명절 설이 내일 모레다. 이번 설은 황금연휴라고 할 만큼 길어서 국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 가족·친지를 만나려고 계획을 세운 사람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긴 연휴가 그리 달갑지 않다. 그저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는 기쁨 정도? 아름뜰에 머무는 산모들이 느끼는 설 명절 기분이다.


아름뜰은 홀트아동복지회가 서울 합정동에 미혼모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쉼터이다. 임신으로 오갈 데 없거나 출산이나 산후조리를 홀로 해야 하는 미혼모들에게 출산 전후 병원 검진과 숙식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아름뜰에는 5명의 산모가 머물고 있다. 몇 명은 최근 퇴소하여 출산을 앞둔 산모 두 사람과 출산 후 몸조리를 하고 있는 산모들이 머물고 있다.

 

아름뜰 산모들에게 구정연휴에 찾아오는 가족들이 있나 물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그나마 미진(가명, 20)씨는 남자친구와 계속 연락하고 있어 자주 방문하고 있지만, 다른 산모들은 거의 아기 아빠와 연락이 끊기거나 없는 상태란다.

 

미진씨 또한 어머니와 전화 연락만 하는 상태이고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고 했다. 미진씨는 설날 즈음이 출산 예정이라 배가 많이 나와 힘들어 보였다. 출산 진통이 오면 어머니한테 전화는 하겠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는 어머니 사정상 오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대다수 아름뜰 산모들은 임신했다는 이유로 친가족과 결별하거나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하고 있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a  아름뜰의 설날 식단.

아름뜰의 설날 식단. ⓒ 김은희

아름뜰의 설날 식단. ⓒ 김은희

 

출산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옆에 남편, 부모님이 있어도 왠지 모를 두려움과 서운함 그리고 때로는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 만큼 출산시 기쁨보다는 아픔이 더 떠 오르는데…. 그런데 그 아픔을 아무하고도 나누지 못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미혼모들의 산통은 얼마나 클까!


“물론,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가족들이 이해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한 미혼모의 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가족이 생각나는 설날, 아기를 가진 것이 미혼모 혼자만의 잘못처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이들을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닌지 가슴이 아려왔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떡국만은 못하겠지만 아름뜰 가족들도 설날 떡국을 먹는다. 올해는 비록 홀로 새해를 보내지만 내년에는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사회가 어려운 가운데도 출산을 선택한 어린 미혼모들의 용기를 바라봐 줄 수 있는 성숙되고 따뜻한 시선을 기대하며, 설날 들뜬 분위기로 더욱 소외 받는 이들을 한 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길 기원해 본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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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홀트아동복지회는 미혼모들을 위해 아침뜰(대전), 고운뜰(수원), 아름뜰(서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www.holt.or.kr

2008.02.05 11:3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홀트아동복지회는 미혼모들을 위해 아침뜰(대전), 고운뜰(수원), 아름뜰(서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www.hol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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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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