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길가의 집과 가게
이형덕
차창 밖으로 뵈는 도로변의 집들은 죄다 무언가를 팔고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과일 몇 알 벌여 놓을 망정 그냥 건성으로 서 있는 집은 없을 지경입니다. 도대체 저 물건들을 누가 다 사가는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하롱베이로 향하는 관광객의 수가 늘면서 아마 그들을 바라보고 차린 가게들인 듯합니다. 이따금 한글로 ‘휴게소’라고 적힌 간판도 눈에 띕니다.
길가의 건물들은 전면은 좁고, 뒤로 길게 이어진 직육면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집과 집이 벽을 함께 붙이고 이어진 것이나 창문이 없는 벽면도 특이합니다. 창이 크면 안으로 볕이 들어 덥기 때문이라는 안내인의 설명이었습니다.
산이 적은 베트남 지형상 논이나 밭 가운데에는 우리네 납골당 같은 묘지들이 있는데, 웬만한 개인집 같은 묘부터 작은 묘까지 천차만별인 묘지를 보며, 사회주의 베트남도 죽음에는 미치지 못한 듯합니다.
아침 9시 30분경에 빈시를 출발한 버스가 하노이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30분경입니다.
호치민시가 메콩강을 곁에 두고 있다면,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시는 홍강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강의 안쪽(河內)라는 뜻의 하노이는 홍강이 실어와 쌓아 놓은 땅으로 이루어진 도시로, 지금도 중심 도로를 가운데 두고 강쪽으로는 지면이 낮아 수십 년마다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고 만답니다. 그래서 불과 몇 발 차이지만, 두 지역은 땅값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답니다. 한강 유역을 개발한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홍강의 범람을 막는 개발공사를 얼마 전부터 한국업체가 맡았다고 합니다.
호치민시에 비해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준다는 하노이는 약 7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살고, 150만대의 오토바이가 굴러다닌답니다. 중심가의 오페라 극장 부근의 야경은 아름다운데, 무엇보다 이곳에서 씨클로를 타 보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사람이 앉는 수레를 앞에 매단 자전거를 사람이 움직이는 씨클로는 남국의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비록 매연으로 가득 차고, 바로 곁에서 끝없이 울어대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귀를 깨물지만 이국의 시내거리를 한가로이 거닐 수 있는 것은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경적 대신에 울리는 종소리가 참 낭만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