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노무현 트로이카'는 4월 총선의 마지막 비상구

[유창선 칼럼] 늘어난 견제론, 대통합민주신당 소생 가능할까

등록 2008.02.06 18:33수정 2008.02.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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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 가능성을 접고 손 대표와 '비판적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섬에 따라 신당의 지도체제는 일단 안정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 가능성을 접고 손 대표와 '비판적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섬에 따라 신당의 지도체제는 일단 안정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이종호

견제론이 늘어나고 있다. 설 연휴를 맞아 여러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월 총선에서 '안정'이 아닌 '견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대선 직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러 있고,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위 구도에는 변함이 없다.

늘어난 견제론, 총선기류 바뀔까

다만 최근 나타난 일련의 상황들을 돌아보면, 앞으로 몇 가지 변수의 향배에 따라서는 총선기류가 적지 않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도 새 집권세력의 지지부진한 모습에서 비롯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어수선한 모습은 새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느닷없는 영어 공교육 강화 논란, 일방적인 대운하 추진, 설익은 정책들의 발표에 따른 혼선으로 새 집권세력 역시 아마추어가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에 이르렀다.

총리 후보를 비롯한 조각 과정에서도 시간은 많이 소비했지만 결국 주목 받을 만한 신선한 인물을 등장시키는 데 실패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신선함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다. 계파정치의 모습으로 비쳐진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 역시 새 집권 세력에게는 악재였다.

그런가 하면 대외적인 경제여건 악화 속에서 경제에서 '이명박 효과'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는 이명박 정부의 존립 근거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경제 기대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부분이다.


이명박 당선인이나 한나라당으로서도 4월 총선을 앞두고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일종의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반대로 통합신당의 경우는 견제론의 확산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차기 집권세력에 대한 지지가 소극적으로 변화하는 기류를 통합신당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손-정-강 '탈 노무현 트로이카' 체제의 등장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의 탈당으로 당내 '친노세력'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도 민주신당의 안정화를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탈당 선언을 하고 있는 유시민 의원.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의 탈당으로 당내 '친노세력'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도 민주신당의 안정화를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탈당 선언을 하고 있는 유시민 의원.이종호

통합신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체제 정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 핵심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손학규-정동영-강금실 트로이카 체제의 등장이다. 대선 패배 이후 통합신당 내부의 지도력은 표류 상태에 들어갔다.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정동영 전 의장은 유보적 태도를 취해 왔고, 당내 의원들의 동요 속에서 내부적 결속이 이루어지지 못해왔다.

그러나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 가능성을 접고 손 대표와 '비판적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섬에 따라 통합신당의 지도체제는 일단 안정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의 탈당으로 당내 '친노세력'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도 당의 안정화를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제 통합신당 내부에 '세력'으로서의 '친노'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됐고,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불필요하게 되었다. 통합신당으로서는 비로소 '노무현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으로 빈 자리에는 강금실 최고위원이 자리하게 됐다. 이로써 통합신당은 손학규-정동영- 강금실의 트로이카 체제가 들어섰고 이들은 '탈 노무현' 신당의 집단적 지도력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강금실 최고위원.
1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강금실 최고위원.이종호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공천 칼바람

그리고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천쇄신은 통합신당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다른 것들은 일체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로 당내에 공천 칼바람을 몰고 올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통합신당 내부에서 박 위원장에 대한 평판과 신망은 양호한 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손학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을 모신 것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월 30일 오전 국회 신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파 따질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공천원칙을 밝히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월 30일 오전 국회 신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파 따질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공천원칙을 밝히고 있다.이종호

박 위원장은 공천심사위가 공천에 대한 '전권'을 갖도록 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손 대표로서는 대표의 영향력이 배제되는 것을 의미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천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한 상태이다.

특정인이 절대적인 지도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통합신당의 상황에서는 결국 박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심사위에 실질적인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대표가 공언했던 당 쇄신이 공천을 통해 박 위원장에게 사실상 백지위임되는 상황이 된다. 박 위원장이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하는 '악역'을 맡고 나설 경우, 통합신당의 공천 물갈이 폭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호남지역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경우 당내 파장이 만만치 않겠지만, 반대로 통합신당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고빗길이 될 수도 있다. 박재승 위원장이 공천혁명을 이끌어내느냐 여부가 통합신당의 최대 승부처가 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통합신당-민주당 통합도 살아있는 변수

통합신당에게 또 하나 남아 있는 변수는 민주당과의 통합이다. 물론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선에서 참패한 두 당의 통합에 대해 생존을 위한 명분 없는 통합이라는 냉소적 시선도 있고, 통합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더구나 민주당의 득표력은 호남 지역에서조차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두 당 사이의 통합은 자신들의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라는 것이 내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두 당의 통합이 대세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호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의석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의미는 있다.

현재 두 당 사이의 통합은 공동대표제의 방안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두 당 모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당 통합은 설 연휴 이후에도 살아있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견제 세력 형성의 책임 인식해야

 대선이 끝난 이후 견제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정치세력의 독주가 낳는 문제점을 보고 있다. 사진은 5일 있었던 인수위원회 3차 업무보고회의 모습.
대선이 끝난 이후 견제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정치세력의 독주가 낳는 문제점을 보고 있다. 사진은 5일 있었던 인수위원회 3차 업무보고회의 모습.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견제론 증가, '탈 노무현' 트로이카 체제 구축, 공천혁명 단행, 민주당과 통합. 이러한 것들이 통합신당이 4월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 남아있는 변수들이다. 이러한 변수가 제대로 작동하며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 통합신당이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막을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들의 기대이고 바람이다. 지난날의 모습에 대해 국민에게 참회한다면 국민 앞에서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허한 말과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국민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진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야당다운 야당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통합신당의 앞길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대선이 끝난 이후 우리는 견제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정치세력의 독주가 낳는 문제점을 보고 있다. 아무리 정권이 높은 지지를 받아도 견제세력이 필요없는 경우는 없다.

대선에서 참패한 예비 야당들 모두 지리멸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마나 통합신당이 견제세력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의 무게를 인식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 늘어난 견제론이 비로소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정동영 #강금실 #4월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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