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남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2008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장 앞에서 평당원들이 민주노동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손석춘씨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민주노동당 관련 칼럼들을 보며 느낀 감정은, '딱하다'는 것이었다.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을 일괄적으로 돌아보려 한다.
"나는 민주노동당 안에 종북파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있을 터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현재 민주노동당을 좌우하고 있을까.""기어이 분당을 하겠다면 하라. 다만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바로 직전까지 몸담고 있던, 더러는 놀랍게도 아직도 몸담고 있는 당을 종북주의나 '사교집단'으로 더는 낙인찍지 말라. 의도했든 안했든 통일운동·평화운동마저 재 뿌리고 있는 객관적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진보정당이 쪼개지고 있는 오늘, 눈을 슴벅이며 쓴다. 갈라져도 좋다. 하지만 제발 두 당끼리 싸우지는 말라. 더는 '종북주의'를 입에 담지 말라. 더는 '종파주의'를 들먹이지 말라. 저 수구세력과 그들의 앞잡이들이 이 땅의 진보세력 모두를 '종북주의자'와 '종파주의자'로 도배질하고 있지 않은가.""진보진영은 과연 '종북' 때문에 몰락했는가. 제발 편견 없이 찬찬히 톺아보기 바란다. 과연 지난 대선에서 통일 문제가 쟁점이었는가. 민주노동당이 마치 '코리아연방'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거나 그 슬로건만으로 선거에 임했다는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 네티즌 사이에도 떠돌고 있다."네번째로 거론한 저 '코리아연방' 공약 관련 부분을 돌아보는 나는 씁쓸하다. 손석춘씨가 거론한 저 '네티즌 사이'에는 이 글을 쓰는 나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손석춘씨는 교묘한 왜곡을 가했다. 나도 그렇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코리아연방'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대표공약으로 내걸면서, '경제'를 내세운 다른 후보들이 현안을 논의할 때, 민주노동당 특유의 서민 경제 공약을 설명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내 이야기를 반복하고자 한다. 나는 권영길 당시 대선후보가 자주파 주최 강연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외친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토론 등을 비롯한 자리에서는 이런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당당하다면, 방송토론 등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외쳐야 할 일이다. 왜 하지 않았을까?
권영길 후보가 출연한 여타 방송토론 등을 기회가 있다면 다시 시청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런 수준의 토론을 하고도 대선에서 승리하길 바랐다면, 그건 지나친 바람일 것이다.
명확히 정리하길 바란다. 손석춘씨의 주장대로 진보진영이 '종북'만으로 몰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번번히 발목을 잡고, 당원협의회 장악 시도에 공금 횡령, 그리고 북한에 당원명부를 제공하는 등, '자주파'가 한 일들을 돌아봐야 한다.
이런 행위를 일삼는 자들이 있는 당은 몰락해야 한다. 평등파가 전적으로 잘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저런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은 당을 하나? 이래도 손석춘씨는 "(자주파가) 민주노동당을 좌우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혹시, 손석춘씨의 신상정보가 '인명수첩 수준'이라 할지라도 북한 정보부에 넘겨졌다고 치자. 그때도 "통일운동에 재를 뿌리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보안법 패러독스자주파의 명분은 '국가보안법'이다. 저 수구세력이 만든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우리의 통일운동이 탄압받고 있는데, 평등파는 수구세력이 악용하는 저 국가보안법에 의해 탄압받는 우리를 비판한다. 왜 수구세력과 같은 포지션을 취하느냐는 주장이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 이 폐지의 명분에는 자주파의 목불인견 수준의 행각을 더이상 보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명제도 포함된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이 그 안에 껴 있으면, '당원의 신상정보를 북한에 제공'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해도 저들은 독립투사가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걸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폐지해야 한다. 남의 신상정보를 엉뚱한 자들에게 넘기는 행위는 굳이 국가보안법이 아니더라도, 처벌 대상이다. 그들은 이걸 모르거나, 혹은 감추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행위를 비판하거나, 그를 분당의 명분임을 주장하면 손석춘씨와 마찬가지로 '수구세력'을 빙자해 평등파마저도 수구세력으로 덧칠한다. 손석춘씨도 그런 주장을 한 바 있다. 돌아보도록 하자.
"끝없는 종북 타령의 귀착점을 알고 싶다면, 2월5일자 아침 신문들을 보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일제히 사설을 실어 민주노동당 분당을 환호하고 나섰다. '자주파=종북주의=민주노동당'이라는 등식이 지금 이 순간도 대량 살포되고 있다."수구언론의 이런 장난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자유주의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서민 정책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이런 장난질에 명분을 제공하며, 이 장난질을 빙자해 자신들을 '독립투사'쯤으로 격상시키려드는 이들과 결별해야 선명해질 수 있다.
인터넷 한번 돌아보시라. 민주노동당이 유권자에게는 어떤 이미지로 와닿는지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파업 정당', '데모 정당', '친북 정당'이다. 여기서의 '친북 정당'이란 의미는 '일심회 사건'에서처럼 북한 당국과 연계된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것이다.
지나친 지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심회 사건' 등과 같은 돌발 변수들이 이런 인식에 명분을 주며, 수구세력의 신나는 장난질에 명분을 준다.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 혹시, 손석춘씨가 '북한 정보부에 당원명부를 넘기는 행위'를 '통일운동'이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안 그래도, '북한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자주파다. 수백만의 아사자를 내고도 핵개발에 몰두하는 부자세습정권에 대고 저런 소리를 하는 이들과 무슨 통일 운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통일운동'은 오히려 이런 이들과 결별해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조갑제를 비롯한 오리지널 수구세력들이 '북한 인권'을 목놓아 외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황당한 꼴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주파와의 결별은 반드시 필요하다.
손석춘은 '새로운 진보정당'에 재 뿌리지 말라재를 뿌리고 저주하고 있는 이는 손석춘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평등파가 잘했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분당이나 결별을 한다고 '새로운 진보정당'이 등 따습고 배 부르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18대 총선에서 의원 하나 당선시키지 못하고 '국민승리21'부터 시작된 그 옛 시절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진보에 해악을 끼치는 짓을 도맡아 하는 이들과 같은 당의 테두리에서, 입을 다물며 2% 짜리 기득권에 매몰되는 것이야말로 진보에 죄를 짓는 것이다. 손석춘씨의 저주는 방향이 틀렸다. 다시 한번 묻고자 한다. 북한 정권의 실패에 침묵하고, 당원의 명부를 북한 정보부에 넘기는 행위가 통일운동이며 진보인가? 그게 통일운동이라면, 그 통일운동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손석춘씨는 자문해보길 바란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니다. 학생운동하던 시절의 관성으로 정치를 하기엔,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하기까지 한 신자유주의는 너무나도 강력하다. 그런 판국에, 자주파의 저런 돌발행위에 시달리며 발목을 잡혀서야 어디 싸울 수 있겠는가?
이 기회에, 자주파도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민족자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자신들의 생각을 유권자 앞에 당당하게 드러냄으로써, 총선에서 검증받도록 함이 좋을 것 같다. 민주노동당 분당, 결국 자주파와 평등파 모두를 위한 길이 될지도 모른다. 손석춘씨는 더이상의 억지춘향격 몽니를 자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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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에 재 뿌리는 이, 과연 '분당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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