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에 쌓인 눈을 제거 하고 있는 삼촌
김혜민
이곳 산소에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나란히 누워계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년이 지나서 할머니 옆에 할아버지가 안장되셨다. 부모님께 이곳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산소로 정하신 이유를 묻자 양지 바른 곳을 오랫동안 찾고 찾아 이 땅을 찾았다고 하시면서, 묘비를 세우고 산소를 만드는 데에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고 하셨다. 화장한 후에 바로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과 비교하자면 비용과 수고면에서 큰 대가를 치르는 일인 듯했다.
산소 앞에서 어른들은 담소를 나누시고,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가 끝나가고 아이들의 손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할 때쯤, 우리는 큰 외삼촌 댁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추웠지만, 훈훈했던 시간이었다. 엄마 말씀처럼,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셨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엄마, 아빠는 어디가 좋아요?분주하지만, 관리가 편하고 저렴한 비용의 납골당. 잦은 관리와 높은 비용이 들지만, 한적한 산소. 어느 곳이 더 나을까? 아마도 사람들은 객관적인 기준보다 주관적인 잣대로 자신이 있을 곳, 부모님을 모실 곳을 고를 것이다.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꺼려하는 우리 문화 때문에 산소에 안치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렴한 비용과 편리함 때문에 납골당에 안치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는 납골당의 운영과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07년 9월, 명절 때의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주민간의 갈등이 예상된다며 납골당 설치를 거부한 주민들에게 행정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린 것 또한, 납골당의 설치를 독려하는 예 중 하나이다.
하지만 추모객의 한 사람으로서 납골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권장보다는 납골당의 문제점을 해소하거나, 납골당의 장점과 산소의 장점을 접목시킨 대안을 내놓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성묘를 다녀오면서 부모님께 물었다.
“엄마, 아빠 나중에 어디로 모실까요?”
"납골 공동묘지라는 곳 참 좋다더라. 부피가 작은 납골함을 땅에 묻어서 묘지처럼 관리하는데, 공간을 넓게 차지하지 않으면서 가족들이 오면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이왕이면 우리 가족 함께 모여있으면 좋겠구나."
아빠의 대답에서 좋은 대안 하나를 발견했다.
덧붙이는 글 | 김혜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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