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경로당성북2동 '할머니 경로당'은 마을 이야기를 전하는 '사랑방'의 역할을 한다.
김정미
하 할머니를 뒤로 하고 찾아간 곳은 골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할머니 경로당’. 성북2동은 특이하게도 할아버지 경로당과 할머니 경로당이 따로 분리돼 있다. 이유인 즉, “경로당 규모가 너무 작아서 할머니 경로당을 따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일반 가정집이 있던 자리를 허물고 그 공터에 집을 지어 ‘할머니 경로당’을 만들었고 남녀 구분 없이 드나들던 이전의 ‘성북2동 경로당’은 그 후부터 할아버지들만의 장소가 됐다. 마을 정류장 근처에 위치한 까닭에 쉽게 찾을 수 있는 할아버지 경로당과는 달리, 할머니 경로당은 집 사이사이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할머니 경로당’이라는 문패가 아니었다면 한참을 헤맸을 것이다.
근처 상점에서 음료수 한 박스를 사들고 무작정 할머니 경로당 문을 두드렸다.
“누구요? 얼른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할머니 여섯 분이 자리해 있다. 모두들 성북 2동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베테랑 주민들이다. 설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낼 만도 하건만 할머니들은 아침 일찍부터 경로당에 하나, 둘 모였다.
“저기 저 집에 살던 김씨 있잖아. 이번에 수술했대.”
“그런 일이 있었구만. 그나저나 아들은 잘 다녀갔어?”
“아침에 다 정리하고 집으로 갔어. 설은 잘 쉬었는감?”
85세 ‘왕 언니’부터, 60세 ‘막내’까지, 삼삼오오 모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경로당은 마을 아낙들의 ‘사랑방’이다. 이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떡을 나눠먹기도 하고,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다 졸리면 휴지든, 음료수 페트병이든 아무 것이나 머리에 대고는 한숨 자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