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이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서해 바다가 온통 기름 범벅이 된 지 약 두 달여. 그때의 사고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면 이번에는 예방하지 않아서는 안 될 사고였다. 11일 새벽 1시 55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은 화재로 전소된 채 내려앉고 말았다.
기자가 TV 뉴스 속보를 뒤늦게 접하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11일 새벽 1시 30분경, 그로부터 25분 후 2층 누각이 완전히 주저앉고서야 숭례문의 불길은 사그라들었다. 아래 4장의 사진은 1시 55분을 전후한 붕괴의 순간이다.
붕괴 이후에도 소방 호스는 새벽 5시 30분을 넘겨서까지 물을 뿜었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새벽 5시 무렵부터 작업은 진화보다 주변정리를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진화를 위해 뿌린 물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 도로에는 염화칼슘이 뿌려졌다.
화재로 2층 누각은 전소되어 완전히 내려앉았고, 1층 누각 역시 간신히 외형만 유지하고 있을 뿐 내부는 전소되었다. 돌로 쌓은 석축 부분은 크게 영향 받지 않은 듯, 소방대원들이 홍예문 가까이까지 접근하여 작업하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리던 주변에는 검게 타 내려앉은 목재와 기와들만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뉴스를 접한 많은 시민들이 현장으로 나와 늦은 시각까지 숭례문을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이른 출근길에 나선 일부 시민들은 전소된 숭례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유를 묻기도 했다.
이러고도 우리가 한류를 뽐내고 관광수지를 논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자기 집 안방에 모셔둔 제일의 보물도 지키지 못하면서 반만년 역사를 논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태정태세문단세는 또 무슨 공염불인가. 눈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믿기 힘든 사고가 또 한 번 벌어지고야 말았다.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11 09:12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