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9일 양일간 홍대앞 롤링홀에서 '인권이형 사랑해요' 공연이 열렸다.
Blue Devil
우리는 전인권씨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로서 전인권씨에게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전하기 위해 이 공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설 연휴 막바지인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홍익대 근처 한 클럽에서는 '인권이형 사랑해요'라는 공연이 열렸다.
황보령밴드, 이승열과 서울전자음악단, 한상원, 주찬권, 정경화, 로다운30, 코코어, 허클베리핀, 노브레인 등 관록파 뮤지션부터 실험적인 밴드까지. 웬만한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쟁쟁한 라인업이다. 하루 빨리 무대에서 노래하는 전인권을 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후배들이 모인 것.
하지만 대외적인 언론 홍보는 없었다. 홍대 근처에 포스터 몇 장 뿌린 게 전부다. 공연장 입구에는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되길 원치 않는다'는 정중한 메시지가 붙어 있다. 조용한 지지와 은밀한 열기 속에 '헌정' 공연은 시작됐다.
인디밴드들의 조용한 헌정 "인권이형 사랑해요" 9일 공연 첫무대는 주찬권이었다. 그는 전인권의 오랜 음악적 동지이자 벗이다. '들국화' 드러머 출신으로 최근까지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도 다른 세션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들국화 원년 멤버 주찬권은 전성기 때와 다름없는 강렬한 드럼사운드를 펼쳤다.
"전인권씨가 사랑한다고, 기다리라고 전해 달래요. 뭐, 난 그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웃음) 무대에서 해나가는 거 보면 대단하죠. 어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수줍게 몇 마디 남긴 그는 들국화의 <제발>을 불렀다. 애절한 곡조와 노랫말이 마치 전인권의 독백처럼 들려왔다.
"난 니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이야."
베이시스트의 외계인 분장과 몽환적인 연주로 눈길을 끌었던 '스타리아이드'에 이어 무대에 오른 모던록밴드 '보드카레인'. 그들은 로맨틱 사운드를 쏟아내며 현란한 무대를 선보였다. '보드카레인' 보컬 안승준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전인권 선배님은 우리의 음악적 영웅"이라고 운을 뗐다.
"저희가 이 공연에 출연한다고 했더니 몇몇 팬이 좀 문제제기를 하더라고요. 솔직히 나이어린 분들에겐 전인권 선배님이 안 좋은 이미지로만 남아 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한번 영웅은 영원한 영웅입니다. 선배님께서 계속해서 아름다운 영웅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음악이 아닌 사회면 기사와 소문으로만 전인권을 접한 사람에게 그의 존재는 '비호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한 후배들은 달랐다. 한껏 예우를 다했다. 후배 뮤지션들은 공연이 끝나도록 "존경했다" "존경한다" "존경할 것이다" 등 시제를 바꿔가면서 애정을 고백했다.
누가 전인권의 목소리를 대신할 것인가?'어둠 속의 빛처럼'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로 단숨에 무대를 평정한 정경화. 그녀 역시 "전인권 선배님은 음악에 있어 교과서적인 분"이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공전의 히트곡 <너에게로의 초대>를 관객과 나눠 불렀다. 그녀가 휘몰아치며 "어둠 속의 빛처럼~"하고 플로어에 마이크를 건네면 "my love!"의 함성이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