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용의자 "국민에게 죄송하다"

경찰, 용의자 검거... "숭례문 경비 허술해 택해"

등록 2008.02.12 10:29수정 2008.02.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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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범 용의자 남대문경찰서에 12일 오전 9시 20분경 남대문경찰서 (화면제공-CBS 영상취재팀) ⓒ CBS


 숭례문 화재 사건의 유력 용의자 채모씨가 1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의 유력 용의자 채모씨가 12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재구

[기사보강 : 12일 오전 11시 50분]

"국민에게 죄송하고, 가족에게 죄송하다."

'국보 1호' 숭례문을 잿더미로 만든 방화 용의자 채모(69)씨의 말이다. 그는 12일 오전 9시 20분께, 체포된 서울지방경철청에서 수사 전담반이 있는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면서 취재진 앞에서 깊이 눌러 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이에 대해 경찰은 "채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과 남현우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12일 오전 9시 반 서울 남대문서에서 브리핑을 열어 "방화 전력자의 범행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6년 창경궁 문정전 방화범인 채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어제(11일) 저녁 7시 40분 그를 임의 동행한 후, 범행을 자백 받고 8시 15분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지난 2006년 4월 26일 창경궁 문정전의 출입문을 방화 한 혐의로 검거되어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과거 철학관을 운영한 채씨는 현재 무직인 상태며, 정신 병력이 없고 정신 상태가 멀쩡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채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1년 전 그가 쓴 편지를 발견했다"며 "1997~1998년 경기 고양시 일산동 소재 본인 소유 주거지(30평)가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시공회사 측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해 관계 기관에 수차례 제기한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창경궁 방화 때 13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게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도 범행 동기"라고 밝혔다. 이어 "2007년 7월과 12월, 2회에 걸쳐 숭례문을 사전 답사했다"고 밝혀 사전 계획 범행임을 나타냈다.

범인이 숭례문을 방화한 이유에 대해 "용의자가 '열차 전복 등 다중 교통 시설의 경우 인명 피해가 매우 크고, 또한 숭례문이 종묘 등 다른 문화제에 비해 경비시스템이 느슨하고, 접근이 용이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범행 당일 행적과 관련, "용의자는 10일 저녁 8시 45분 경 숭례문 서쪽 비탈로 올라,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를 이용 건물 내로 침입했다"며 "2층 누각으로 올라 시너가 담긴 1.5리터 페트병 3개 중 1개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방화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행을 뒷받침할 증거와 관련 경찰은 "용의자의 범행 일체 자백, 목격자의 진술 이외에 범행 후 아들에게 범행사실을 고백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화도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발견한 점퍼, 하의바지, 운동화, 남은 시너 등을 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  김영수 남대문 경찰서장이 12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검거와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남현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김영수 남대문 경찰서장이 12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검거와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남현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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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경찰서 숭례문 방화범 관련 브리핑 12일 오전 9시 30분 남대문경찰서 3층 대강당 (영상 제공 - 국민일보 쿠키뉴스) ⓒ 국민일보


"열차 전복 등은 인명피해 클 것 같아 포기"

다음은 경찰과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이다.

- 왜 용의자 검거 발표가 늦었나?
"확실한 물증과 시인 받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 사다리가 1개 발견됐나, 2개 발견됐나?
"과학수사팀에서 현장 검증을 하니 사다리 5개가 나왔다. 2개는 진화과정에서 소방 당국이 사용한 것이고, 나머지는 2개는 전기시설공사 용으로 두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하나에 대해 용의자가 내가 집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 용의자가 숭례문을 방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용의자가 종묘 등 다른 문화재는 경비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열차 전복 등 다중 교통 시설물의 경우에는 인명 피해가 클 것 같아서, 제일 접근 용이한 숭례문에 방화했다고 말했다."

-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범인을 검거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남대문 경찰서에서는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는데.
"남대문 경찰서에 정식 수사본부가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서 형사과에서 동일 수법 전과자 분석을 한 후, 가장 유력한 용의자 3명을 추려냈다. 이중 2명은 복역 중이었고 1명 행적이 묘연했다. 남대문서에서도 수사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용의점이 드러나지 않아 명확한 용의자임을 밝힐 수 없었다. 그래서 확인해줄 수 없었다."

a  남현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12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검거와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현우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12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검거와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서울지방경찰청이 남대문서의 공적을 낚아챘다는 의견이 있는데?
"채씨의 집에서 두 수사팀이 만났다. 거기서 공조를 해서 피의자가 도착 전, 남대문 경찰서 팀이 철수하고 서울지방경찰청 팀이 그를 마을회관에서 잡았다."

- 용의자의 편지가 발견됐다는데?
"용의자가 1년 전에 작성했던 것인데, 제목이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였다. 편지지  넉 장 분량에 자필로 쓰여 있으며, 토지 보상금 문제 등 사회에서 냉대 받은 것, 그리고 민원 제기했는데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 등이 써 있다."

- 편지가 1년 전이면 창경궁 방화 사건 이후인데, 숭례문 범행과 관련이 있는가?
"편지 내용에는 숭례문 얘기가 없지만, 용의자가 2007년 2차례에 걸쳐 숭례문 방화를 위해 답사했다고 밝혔다."

- 정신 치료를 받았다는 전력이 없나?
"정신 질환을 앓았다는 병력이 없다. 정신 상태가 아주 똑바르고 멀쩡한 사람이다."

- 창경궁 방화도 같은 이유인가?
"그렇다.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한 것 같다."

- 증거물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범행에 사용했던 착용했던 모자, 가죽장갑, 사다리 등은 우리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에서 정밀 분석 중이고 국과수에 숭례문 토지 등 보냈다."

- 용의자가 숭례문에 CCTV와 적외선 감시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
"용의자 진술에 의하면 CCTV와 적외선 감시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잡히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 불을 끌 때 숭례문 펜스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고 하던데?
"잠겨 있었기 때문에 사다리 이용했을 것이다."

- 계획 범행인가?
"2007년 2회에 걸쳐 사전 답사를 했다."

- 적외선 등 경비스시템 작동 여부는?
"출동 시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 최대 형량은?
"문화재 보호법, 문화재 관리법에 따른다. (형량은) 죄가 복잡해 검토하고 있다."

- 직업이 없나?
"현재 집에서 쉬고 있다. 그 전에 철학관을 운영하고 약품을 배달했다."

- 문화재 관리, 진화 과정의 문제점 등의 수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남대문서에서 진행할 것이다."
#숭례문 화재 #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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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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