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개방을 보도한 <조선일보> 2005년 5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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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도 '남대문 시민 품으로', '숭례문 빗장 98년만에 풀린다', '숭례문이 열렸다'는 제목 아래 짤막한 소식만을 전했을 뿐이다.
2005년 당시는 숭례문 광장만이 개방됐고 중앙 통로는 닫혀있었기 때문에 짧게 다룬 것일까? 그렇다면 숭례문 중앙통로가 개방된 2006년 3월 당시 보도를 살펴보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100년만에 숭례문이 열렸네'(<조선일보>), '숭례문 아래로 걸어가볼까...98년 만에 통행 허용'(<중앙일보>), '숭례문 속살 드러내다'(<동아일보>), '남남남대문을 열어라'(<한겨레>), '숭례문 99년만에 시민품에'(<경향신문>)….
한 스포츠 신문이 실은 "숭례문 열리자 남대문 상권 '활짝'" 기사 정도가 기획, 분석기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모든 언론이 숭례문 개방을 반겼고,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단순한 사실 전달에 머물렀다. 한 단락, 두 단락짜리 기사도 보였고, 가장 길게 보도한 기사 역시 7~8단락을 넘지 않았다.
지난 3일간 '한국언론재단' 기사검색 데이터베이스와 포털사이트, 각 언론사 홈페이지를 검색해 본 결과, 최근 언론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숭례문 개방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단 한 건', '단 한줄'도 없었다.
<경향>, 2006년엔 개방시간 연장하라더니... 자료를 찾다보니 <경향신문>의 보도가 눈에 띈다. 2006년 3월 3일 당시 숭례문 중앙통로 개방시간은 평일 오후 5시까지였다. "서울역 부근에 노숙자들이 많아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다"며 "처음 시행하는 개방이니 공무원들이 퇴근할 시간에 맞춰 숭례문을 닫기로 했다"는 게 당시 중구청의 입장이었다.
당시 <경향신문>은 3월 7일자 [기자메모] '조선시대보다 못한 숭례문 개방시간'에서 "심야에 숭례문 개방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는 데다 노숙자들이 문화재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중구청의 설명을 '말 그대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기사는 이어 "100년 만에 돌아온 국보 1호를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다"라면서도 "대다수 문화 소비자들이 관람하지 못하는 시간대에만 숭례문을 개방하는 처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조선시대때도 숭례문은 새벽 4시쯤 열고 밤 10시에 닫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숭례문 개방시간은 여섯 달 후인 2006년 9월 오후 5시에서 저녁 8시로 연장된다.
그러나 최근 <경향신문>은 과거와 다르다. 12일자 신문의 '공무원이 퇴근하면 문화재 관리도 'OFF'…야간 집중된 방화사례'라는 기사에선 "채씨가 숭례문을 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도 경비가 허술하고 접근이 쉬워서였다", "숭례문 관리자는 평일에는 3명, 휴일에는 1명만 근무한다. 그나마 오후 8시 이후에는 모두 퇴근해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 '숭례문 개방 시간 늘려야 한다, 인력이 없다는 식의 얘기는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만 하지만 말고, 보다 깊이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앙상한 숭례문... 언론도 책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