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산줄기에 노을이 내린다.
이상기
이제 뒤를 돌아 우리가 걸어온 백두대간 길을 쳐다보니 옅은 저녁 안개로 산이 조금은 부옇게 보이고 비쳐드는 햇살도 약간은 붉은 기운을 품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이 오히려 신비스러워 보인다. 저 멀리 지리산은 운무에 싸여 천왕봉과 반야봉의 머리 부분만 보인다.
동서로 뻗어있는 지리산 전체 능선을 오늘 정말 원 없이 보았다. 저녁이 되면서 다시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서인지 밟는 눈의 느낌도 다르다. 낮에는 눈이 조금 녹아 상대적으로 푹신했다면 저녁에는 다시 얼어붙어 딱딱해지는 것 같다.
동엽령에서 백암봉까지 2.2㎞ 거리를 1시간 10분 동안 걸어 5시30분 백암봉에 도착한다. 백암봉은 송계 삼거리라고도 불리는데, 이곳에서 횡경재를 거쳐 송계사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내일(3일) 우리가 백두대간 길을 따라가면서 다시 갈 방향이고, 오늘은 북쪽에 있는 향적봉을 향해 가야 한다.
하늘에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하고 해도 벌써 상당히 기울었다. 향적봉 일몰이 최고라는데 그것을 보기는 이미 틀렸다. 일부 걸음이 빠른 대원들이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향적봉에 이르기도 전에 해는 떨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