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바로 이것이 모슬렘들의 신앙이구나
"무슨 일이지? 검문인가?" 영문을 모르는 우리도 덩달아 따라 내렸다. 이유는, 다름 아닌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이었던 것이다. 말로만 듣던 사막의 오아시스 한복판이었다.
물이 있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작은 수로들이 나 있었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그곳에서 손발을 씻더니 자리를 깔고 메카가 있는 방향을 향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초승달과 쏟아지는 별들을 머리에 이고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이 황량한 사막과 밤이 내린 후의 어둠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기도와 이들 마음 안의 신. 갑자기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일을 이루고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수로들을 따라 작은 개울들이 소리 내어 흐르고 있었고, 반짝이는 별들 아래 사람들은 경건했다. 그것으로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어둠 속에 조용히 일어났다 엎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눈에 들어왔다.
아, 바로 이것이 사막의 오아시스구나.
아, 바로 이것이 모슬렘들의 신앙이구나.
얼마 후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우리는 다시 탑승객들이 죽도록 피워대는 담배 연기 속에서 괴로워하며 잠이 들었다. 문득 문득 잠이 깰 때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검은 모래 둔덕들과 버스가 달리는 양쪽으로 솟아 있는 모래 산들, 바람을 타고 살아 움직이는 모래들이 마치 거대한 생명력이 숨 쉬는 듯했다.
사막의 황량함과 황량하기에 더 아름다운 사막, 아쉬움이 있다면 밤을 달려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에, 사막의 기막힌 경치들을 다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밤이라는 시간을 통과했다.
자리가 불편해서 거의 30분에 한 번씩 자다 깨다 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다시 날이 서서히 밝아오자 광대한 사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명에 정신을 빼앗겨 멍해졌을 무렵, 갑자기 버스 안의 대장인 듯한 사람이, 국경에 도착했으니 내려서 도장을 받으라고 했다.
버스 안에 영아를 남겨둔 채 여권을 준비해서 내리니, 제법 한기가 돈다. 한낮의 뜨거움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쌀쌀한 아침이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만 보았던 이 사막의 풍경을 직접 몸으로 느끼니, 그 광대함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렇듯 유리창 밖의 세상과 직접 느끼게 되는 세상은 차이가 큰 것이다.
'밤새 달려온 길을 자전거를 타고 왔다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았을 텐데!' 적게 잡아도 일주일은 넘게 걸렸을 것이고, 죽지 않을 만큼 고생했을 것이 자명한데도 비자 기간에 등 떠밀려 지나쳐 버린 사막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이 깃든다.
우리는 그렇게 파키스탄과 이란의 국경 마을에 이르렀고, 얼마 후 다시 자전거를 끌고 이란 측 국경으로 넘어갔다.
언제나 국경에서 국경을 넘을 때는, 한 나라의 가장 변방에서 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경관이 아주 초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절하고 쾌활한 파키스탄 측에서 출국 도장을 받고, 돛대기 시장 같은 이란 측 국경 검문소로 넘어갔다.
많은 파키스탄 인들이 이란으로 들어가기 위해 모여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복잡했다. 군인 복장의 이란 사람들이 출입국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배려로 자전거를 밖에 세워놓고 몸만 안으로 들어갔다.
외국인이라고 특별대우를 해줬기 때문일까? 예상과는 달리 서류절차가 너무도 빨리 끝났다. 원래 짐 검사를 건물 안에서 하는데, 자전거를 밖에 세워놓았고 몸만 들어가 도장을 받다 보니 자전거에 달린 짐은 검문 없이 그냥 무사통과다. '이 복잡한 행렬 속으로 어떻게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까!' 사실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짐 검사 없이 그냥 통과한 것이다.
"뭐야. 이란 측 국경 넘기가 까다롭다더니 소문이랑은 완전히 다르잖아?"
여행 중 느끼게 된 사실 하나는 무엇이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소문은 와전되는 법이고, 상황에 따라 현실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직접 시도해 보고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는 다시 힘껏 페달을 밟았다. 첫 번째 이란의 도시인 자헤단까지는 80km 가량의 거리가 남아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 세상구경 - 긴 여정(이란,인도/네팔,터키편)- 은 작자의 홈페이지(http://www.bikeworldtravel.com/)와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그리고 SLR CLUB(http://www.slrclub.com/)에서 연재가 이루어 집니다. 오마뉴스는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2008.02.15 08:5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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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쏟아지는 별을 머리에 이고 기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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