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태백산에서 만난 주목 한 그루
이승철
나는 산을 좋아한다. 바다나 강보다 산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한창 무더운 여름 남들이 푸른 바다를 찾아 휴가를 떠날 때도 나는 오히려 산을 찾는다.
깊은 산 속 계곡에 안겨 있으면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다. 마치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함마저 느낀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도 마찬가지다. 산 속에 들면 몸은 추워도 마음은 평안함과 포근함에 젖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추운 계절에도 변함없이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내가 산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다. 어린 시절에는 산에 오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집에서 산이 그리 가까운 곳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소풍을 가는 날이 아니면 산 너머 마을로 시집간 누나의 집에 갈 때뿐이었다. 그런데 소풍을 가거나 시집간 누나의 집을 가기 위해 나지막한 산에 오를 때면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산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먼 곳을 바라보는 것도 그랬고 산골짜기 개울가에 앉아 노는 것도 그랬다.
산에 오르거나 산 속에 들면 마음이 평화롭고 넉넉해지는 느낌 때문이었다. 공연스레 뿌듯한 것이 좋은 선물이라도 한 아름 받아 안은 느낌말이다. 그래서 산에 갈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산에 올랐다. 누나의 집을 자주 가게 된 것도 누나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고갯길을 넘어가는 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누나의 집이 아늑한 산자락에 안긴 마을이어서 더욱 좋았다. 집 뒤란에 나가면 바로 산자락이었다. 그 산자락을 조금만 오르면 어쩌다 산토끼를 만날 수도 있었고, 곱고 예쁜 산새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따뜻한 봄철이면 누나의 집을 더욱 자주 찾아가곤 했었다.
근래 3년 동안 매주 1회 이상씩 등산을 했다. 처음에는 친구 한 명과 동행이었다. 그러나 그 동행이 1년 후에는 두 명이 되었고 지금은 네 명으로 늘었다. 작년부터는 산림청이 선정한 전국 100대 명산을 목표로 하고 23번째 산까지 올랐다.
그러나 우리들이 오르는 산이 꼭 100대 명산만은 아니다.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은 오히려 서울 근교의 산들이다.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그리고 청계산과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도 자주 오르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북한산과 도봉산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각각 100번 이상씩은 올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