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햇살에 말린 나물은 아주 귀한 구황식품이었다
김혜원
“똥구멍 찢어지도록 가난했다는 말 니들은 우스개로 알지? 그거 정말이다. 몇 날, 몇 일 피죽 한 그릇, 갱죽 한 그릇도 재대로 먹어보지 못하고 뱃가죽이 등가죽에 가서 달라붙게 생겼는데도 이상하게도 화장실에는 가고 싶거든. 그래서 가보면 이게 쉽지가 않은 거야. 아무리 힘을 줘도 뭐 먹은 게 있어야 나올 것도 있지. 그러다보면 똥구멍이 찢어지는 거지. 요즘 애들이 그런 가난을 겪어 봤어야 뭘 알지.”
먹지 못해 화장실조차 가기 힘들었다는 부모님은 과음과 과식 그리고 기름진 음식과 불규칙한 식사로 위나 장에 문제가 생겨 약이니 병원이니 찾아다니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늘 너무 있어서, 너무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십니다. 그 옛날 없어서 먹지 못했던 시절에는 배는 고팠지만 지금처럼 고혈압이나 비만같은 병에 결려 고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지요.
“배고픈 것을 알아야 음식 귀한 것도 알고, 음식 귀한 것을 알아야 사람 귀한 것도 아는 법인데 요즘 애들은 너무나 풍족하게 사니까 그런 걸 몰라. 좀 구식이고 거칠지만 이런 음식도 먹어보고 그래야 뱃속도 조화가 되는 거지. 어떻게 만날 좋은 음식, 맛난 음식만 먹고 살려고들 하는지. 그렇게 좋은 음식, 맛난 음식들만 먹고 살아도 예전 사람들보다 아픈 사람들은 더 많더라. 너무 지나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