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론다바 앞 인도양 해넘이
김성호
마다가스카르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마다가스카르는 희귀동물과 새, 파충류의 천국이자 세계적 보고이다. 오랜 옛날 아프리카 대륙과 떨어져 독립적인 진화과정을 걸어왔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의 동식물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날지 못하는 새였으나 지금은 멸종된 '코끼리 새'와 가장 작은 하마였던 '피그미하마' 등이 살았던 전설의 섬이다.
2~300년 전까지 마다가스카르 남부에 존재했던 '코끼리 새'로 알려진 '에피오르니스(Aepyornis)는 크기가 3m가 넘고 무게가 300kg 이상 나갔는데, 이 거대한 새알들은 마다가스카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에피오르니스의 화석은 식민지 시대 프랑스가 멋대로 가져가 현재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뼈대의 높이만 2.68m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신밧드의 모험의 섬이자, 영국의 작가 다니엘 디포가 쓴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해적 공화국인 '리베르탈리아'처럼 마다가스카르는 17세기 말과 18세기 초에는 해적의 천국이었다. 마다가스카르 북쪽 끝인 안치라나나와 동쪽 인도양의 일 상트 마리 섬은 특히 해적들의 주무대였다.
유럽인들은 마다가스카르를 신비의 섬으로 여겼다. 2m가 넘은 거인 원숭이와 인간을 공격하는 육식 나무도 있다고 믿을 정도였다. 이미 1295년 중국 원나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귀국한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는 날개의 폭이 무려 45m인 커다란 새를 마다가스카르 섬 주민들이 페르시아어로 "루크(Rukh)"라고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로크(Roc)'라고 부르는 '루크 새'는 이미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에 나온다. 신밧드의 모험에는 커다란 발톱으로 코끼리도 낚아챌 수 있는 거대한 새로 묘사되어 있다.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커다란 붉은 섬’에 대해 '마다가스카르'라는 이름을 부른 사람은 마르코 폴로다. 역사학자들은 마르코 폴로가 실제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이름을 잘못 표기해 마다가스카르라고 부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떻든 마다가스카르 이름은 마르코 폴로가 처음으로 유럽에 알렸다.
마르코 폴로는 직접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 원나라에서 귀국 도중 만난 아랍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썼다. 아랍상인들은 이미 7세기부터 마다가스카르에 무역기지를 설치하고 교역을 하고 있었다.
유럽인으로 최초로 마다가스카르 섬에 상륙한 사람은 1500년 인도로 가던 포르투갈 탐험가 디에고 디아스였다. 그 후 1690년부터 1720년 사이 30년간은 서인도에서 남아공 희망봉으로 돌아가던 선박들을 가로채던 해적들의 세상이었다.
한창때는 17척의 해적선에 1500명의 해적이 들끓었는데, 가장 악명 높은 해적은 '선장 키드(Captain Kidd)'였다. 해적 키드는 "어드벤처(모험)"라는 이름의 해적선을 갖고 마다가스카르에서 해적 왕국을 건설했다고 하니, 음모와 배신, 사랑과 탐욕의 해적 세계를 그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개성파 배우 조니 뎁이 나오는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17세기 말에 마다가스카르에서 활개치던 해적들은 바로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악당들이었다. 이들 해적들도 카리브 해에서 활동하다 마다가스카르로 넘어왔다. 마다가스카르는 이처럼 상상과 현실이 뒤범벅되면서 오랫동안 세계인들에게 전설과 신비의 섬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