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것우리는 자동차 권리가 아닌, 사람 권리를 바랍니다. 사람이 안전하게 다니면서 사람으로서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를 바랍니다. 우리 나름대로 일구고 있는 도심지 텃밭을 넘어서, 더 넓은 나무숲을 바라고 나무그늘을 바랍니다. 자전거로도 안전하게, 두 다리로도 안전하게 다닐 공원을 바랍니다.
최종규
종합건설본부는, '지하화'하면 위에 숲(녹지대)을 꾸밀 수 있다고 말합니다만, 그 '지화화'한다는 구간은, 경인전철이 복복선으로 지나가는 곳입니다. 전철길 밑으로 너비 50미터짜리 산업도로를 깔 때, 지붕 높이를 맞추려면 땅밑으로 한참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굴로 파고들어가서 땅밑으로 지나가는 길은 곧바로 야산 중턱에 있는 '송현터널'로 이어져야 합니다.
지하로 가다가 야산 중턱으로 고가도로를 놓을 수밖에 없는 공사 형편이라면, 산업도로가 산업도로 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론으로도 맞지 않는 공사를 억지로 밀어붙이려고 하면서, 애먼 돈을 자꾸 쓰는 일은, 인천시 재정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됩니다. 인천시 재정은 애먼 데에 자꾸 쓰이지 말고, 참된 인천시민 복지와 문화 북돋우기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동네를 끔찍하게 망가뜨리는 일을, 왜, 이곳 인천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서민들 삶터에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길이 꼭 있어야 한다면 놓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인천 중동구에는 이미 산업도로가 따로 있습니다. 이미 있는 산업도로는 살짝 에두른다고 하는 길이라지만, 그 에두름은 시간으로 치면 고작 1분쯤입니다. 자동차로 달리면서 고작 1분을 에둘러 가지 않겠다고, 몇 천 억 원에 이르는 돈을 길닦기에 들여야 할까 모르겠습니다. 자동차 천국으로 가는 세상보다는, 그 수천 억 원을 동네 문화와 삶터를 가꾸는 데에 쓴다면, 인천이라는 곳은, 안상수 시장이 말하듯이, '명품도시'가 되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해당 도로가 인천에 부족한 남북방향을 잇는 중요한 기능을 맡게 될 만큼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곧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인천 남북을 잇는 길이 왜 없나요. 바닷가를 따라서 죽 놓여 있는데요. 그리고 남북을 이어야 하는 길이라면, 왜 도심지 한복판에, 더욱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동네 한복판을 꿰뚫어야 하나요.
인천시장이 이 동네에 안 살고 있으니까, 구청장도 이 동네에 안 살고 있으니까, 동사무소장도 이 동네에 안 살고 있으니까, 인천지방법원 판사님과 검사님과 변호사님들도 이 동네에 안 살고 있으니까, 인천 중동구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구의원도 이 동네에 안 살고 있으니까, 인천 이야기를 쓰는 중앙일간지 기자와 방송국 피디도 이 동네에 안 살고 있으니까, 그저 책상머리에서 지도책 펼쳐서 금을 죽 긋듯 산업도로 하나 내면 된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습니까.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잣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헌 종이를 모으며 살고, 헌책방 장사를 하고, 동네사람 상대로 하는 가게를 조그맣게 열어서 꾸리고 하니까, 이 동네사람들 스스로 소리높여 외칠 줄 모르니까 그냥저냥 밀어붙이기만 하면 되리라 생각하시지는 않습니까.
우리들 눈에 눈물이 흐르도록 해도, 가슴이 피멍이 들도록 해도, 몸뚱이와 마음자리가 갈기갈기 찢어지도록 헤쳐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