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 정상의 비와 kbs 송신용 철탑, 그리고 철조망
이승철
“오늘은 임꺽정 형님도 한 번 만나 뵙고, 설인귀 하고도 수인사를 해야 되겠지.”
감악산 초입에 들어서면서 누군가 객쩍은 농담을 던진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리고 정상에 올라 북쪽으로 따뜻한 입김을 후후 불어서 얼어붙은 임진강도 녹이고 북녘 땅에 봄바람도 불러줘야지.”
극성스럽게 심술부리던 동장군의 기세가 드디어 한풀 꺾인 것일까? 날씨가 많이 풀렸다, 산림청이 선정한 전국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파주와 동두천 경계지역에 있는 감악산으로 가는 길은 따뜻한 햇살이 밝고 포근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지난 19일 산행을 위해 일행들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전철 의정부역이었다. 그런데 의정부역 대합실에 겨우 10분의 시간차를 두고 다섯 명이 모두 모였다. 이만하면 약속시간 맞추기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사는 곳이 서울 강서와 강북, 동대문, 그리고 분당과 수지 등 모두 각각 다른 방향에 거리도 만만치 않게 떨어져 있어서 시간을 맞춰 모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년 이상 매주 한 번씩 만나는 등산 동행이 일행들의 거주지 간격을 많이 단축시킨 모양이었다. 감악산으로 가는 25번 버스를 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었다. 버스는 15분 간격이어서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한 시간여를 달려 감악산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잠깐 걸어 올라가자 등산로 초입이다.
범륜사 입구까지는 포장도로였다.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길을 걸어 올라가노라니 금방 이마에 땀이 흐른다. 왼편 골짜기에서 쏟아져 내리던 운계폭포가 추위에 꽁꽁 얼어붙어 얼음기둥처럼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