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 시라즈(Shiraz)에서 구한 영어-페르시아어 교재 이란에서도 아랍어가 통하는 줄 알고 잘못된 여행 회화 책을 가져온 죄로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다. 이란 인들은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Farsi)를 사용하며, 그들의 문화 또한 아랍의 문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페르시아 문화로 분류된다.
김성국
'무조건 헤매다보면 어떻게 하나는 보이겠지'라는 심정으로 숙소를 찾으려니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지도도 못 구했으니 우리가 어디쯤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이후 우리는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길에서 낭비해야 했다.
"이란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반 이상은 자헤단에서 발생한다. 수많은 아프간 난민들을 이란에서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 첫 번째 도시가 바로 국경도시인 자헤단이다. 적지 않은 양의 아프간에서 재배되는 마약이 이란을 거쳐 유럽으로 들어가는데, 자헤단이 바로 이 마약과 관련된 대표적인 도시다." 이란에 들어오기 전, 마약과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된 자헤단(Zahedan)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많이 들었기에, 이렇듯 무작정 헤매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작은 덩치의 경찰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키는 대단히 작은 편에 속했지만 스스로 경찰이라는 자긍심이 대단해 보였고, 비록 단 한 마디의 영어도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어떻게든 우리를 무조건 도와주겠다는 듯한 강한 의지가 넘쳐흘렀기에 마치 작은 거인처럼 느껴졌다. 우선 이 경찰은 우릴 구경 하려고 모여든 사람들을 하나하나 쫓아 보낸 후, 식당을 겸하고 있는 작은 호텔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러더니 직접 호텔 주인을 만나 우리를 소개 한 후 방도 잡아 주었다.
경찰 아저씨의 소개로 만난, 이 호텔 주인도 다분히 괴짜인 듯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인지 아니면 이란 사람은 다 그런지 도무지 우리말을 들으려 하질 않는다. 우리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이란 경찰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도와줄 의지는 넘쳐나는데 상대방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마음대로 방을 배치하고, 가격도 혼자 말했다가 혼자 깎았다 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 다 하는 분위기다. 거기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건지 목소리는 얼마나 엄청 크다. 커다란 덩치에 꼭 아인슈타인 같은 머리모양과 굵은 콧수염.
우리는 그 경찰 아저씨와 호텔 주인 앞에서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상황만 지켜보고 있던 우리는 결국, 내일 아침 체크아웃 타임을 물어보는 걸 포기했다. 돈을 낸 후, 영수증 받는 것도 포기했다. 체크인을 왜 안하는지 물어보는 것도 포기했다. 아예 말이라고는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았다. 단 한 마디도….
'그냥 모든 게 잘 되겠지!' 믿는 수밖에….
그래도 지금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여행해 오면서, 나름 노련해졌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건만, 이곳 이란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저런 상황에선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해시킬 수가 없었다. 또 이란인들의 기질이 지금까지 거쳐 온 다른 곳과는 많이 다름을 느낀다.
"이란인들에 대한 인접 국가 사람들의 평판은 어떤가요?"문득, 파키스탄을 가로 지르는 열차 안에서 만났던 한 파키스탄 비즈니스맨이, 내 질문에 답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이란인들, 콧대 높고 거만하지요! 산유국이라 부유하고, 찬란했던 페르시아 문명의 후에 들이기에, 자신들이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이란에서의 첫날, 비록 하루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이란'이건만, 왜 이토록 자연스럽게 열차 안에서 만났던 파키스탄인이 했던 말이 머리 속에 맴도는 것일까?
단지 양고기 꼬치가 먹고 싶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