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도 않나.자스민과 동호회 친구 프란시스코. 라이딩 후에도 쌩쌩한 활력 넘치는 친구들.
문종성
새벽 5시 반. 이미 자스민과 마리(이모)는 일어나 새벽준비에 분주했다. 전날 고생을 해서 천근이 되는 몸을 일으키려니 힘들다. 졸린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와 보니 자스민의 자전거 동호회 친구(하지만 40대로 보이는)인 프란시스코도 와 있었다. 좀 더 자자 좀 더 눕자하는 간절한 열망이 있었으나 사람이 신의를 저버리면 다음 관계가 피곤해진다.
꼴찌로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모처럼 6시 이전 기상으로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꿈이고픈 현실로 인지하는 몽롱함을 씻겨내려 찬물로 냅다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렇게 씻고 아침도 거른 채 자전거 복장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6시 반. 이른 시간인데도 이모는 직장에 출근하고 나와 자스민은 프란시스코의 차로 일단 해안까지 가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뷰티풀 하지 않아?"자스민과 프란시스코 두 사람은 연신 뷰티풀을 연발하며 나에게도 그 감정을 강요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과야마스의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인 산 카를로스 해안은 지나치게 평범할 정도로 사실 그리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토록 감동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차이일까?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는 명쾌한 진리가 다시 한 번 폐부를 후벼판다.
잠을 푹 자지 못해 몸도 피곤하고 머리가 띵해 멀찍이 앞서간 다음 보조를 맞추려고 양해를 구하고 가장 먼저 출발했다. 하지만 10분이나 뒤에 출발한 프란시스코에게 이내 따라잡혔다. 게다가 자스민 역시 오히려 내 속도에 보조를 맞춰주며 여유롭게 타고 있었다.
언덕에선 얼굴이 상기되고 피곤에 무리를 더한 허벅지에 극렬한 고통이 따랐지만 자스민과 프란시스코는 소풍 나온 듯 내내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나를 보며 웃는 표정에 잠시 숨을 멈추고 따라 웃어줘야 되는 분위기였다. 헉헉 거리며 제일 뒤처진 채 달렸지만 그래도 바닷바람에 씻긴 얼굴은 어느 새 활짝 펴져 너른 대양을 가슴으로 안고 있었다.
그렇게 쌀쌀한 날씨를 마주한 채 과야마스 외곽 해안도로를 타고 10km 정도 달렸다. 신선한 바람을 가뿐하게 받아들이며 달린 시간은 별 거 아닌 듯했지만 새벽주행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건 억지춘향으로 올빼미형인 나에게 아침형 인간을 주문한 신체 리듬을 거스르는 피학적 발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