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화학적으로 결합한 문수암 법당.
안병기
문수암은 1965년 혜암 스님이 창건한 암자다. 조계종 10대 종정이셨던 혜암 스님(1920~2001)은 문수암 바로 위에 있는 상무주암에서 용맹정진하신 적이 있다. 문수암은 그 당시에 지은 암자로 알려져 있다.
혜암 스님께선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성철, 청담, 월산 등 20여 명의 스님과 함께 4년간 결사 안거를 시작한 이래 해인사 선원, 송광사, 통도사, 범어사, 지리산 상무주암, 칠불암 등 여러 선원을 거치면서 용맹정진하신 것으로 알려졌다. 해인사 원당암 앞 돌에 새겨진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스님의 말씀은 유명하다. '생사를 초월한 듯 죽음을 무릅쓰고 화두를 참구하라'는 사자후다.
문수암 전각은 조촐하기 이를 데 없다. 법당과 살림을 겸한 인법당과 요사 그리고 해우소가 전부이다. 그러나 좀 전에 거쳐온 삼불사와는 달리 활기가 넘친다. 저쪽 반대편 영원사 쪽에서 넘어온 등산객들 서너 명이 볕이 잘 드는 요사 벽에 기대 요기 중이다.
법당 마당에는 한 스님이 서 있다. 스님은 암자의 고요를 깨트리는 등산객들의 존재가 싫지 않은 표정이다. 합장으로 인사하는 나그네를 보더니 얼른 법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오미자 한 잔을 가져다주신다.
25년 암자를 지킨 혜암 스님의 상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