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당근을 먹어서 주황색 똥을 쌌나봐"

[아기와 함께 보는 책] 독후활동에 좋은 그림책들

등록 2008.02.24 10:44수정 2008.02.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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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그림책은 그저 누군가 글자 모르는 아이를 대신해 무덤덤한 목소리로 낭독해주는 '책'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수도 있고, 읽어주는 사람이 인도하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경험이 될 수도 있지요.

부모님들은 아이가 책을 통해 인지발달이나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창의력이 개발되기를 바라지만 너무 어린 아기들에게 이런저런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그저 책은 재미있고, 신나는 것 그리고 자꾸 펼쳐보고 싶은 정도로 느껴지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어린 아기들은 누군가 낭독해주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무덤덤한 목소리로 책 내용만 전달하는 데서 끝나면 어지간히 재미있는 책이 아닌 이상 아이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끌기 어렵습니다.

그림과 글자를 해독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독서 후 놀이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그림책들이 있습니다. 물론 크레파스나 물감, 가위와 풀, 색종이며 밀가루 등 여러가지 부재료가 필요하고 뒷정리가 기다리고 있어 어른들에게는 다소 귀찮게 느껴질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에서 평면으로 보던 내용을 직접 만들면서 만져보고 느껴 볼 수 있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독후 활동을 하기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책을 좋아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한 번 독후활동의 재미에 맛들인 아이라면 스스로 책을 꺼내와 물감 놀이를 하자거나,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달라고 조를지도 모릅니다.

15개월 무렵부터 간단한 독후 활동을 시작한 딸아이 쿠하는 25개월이 되자 요구사항이 구체적이고, 다양해졌습니다.

물감놀이에 푹 빠지게 하는 <손바닥 동물원>


 물감놀이에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책입니다. 너무 어린 아기들에게는 독한 물감이 좋지 않겠지만, 두 돌이 지난 아이들에게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최근에 시작한 놀이입니다.
물감놀이에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책입니다. 너무 어린 아기들에게는 독한 물감이 좋지 않겠지만, 두 돌이 지난 아이들에게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최근에 시작한 놀이입니다. 예림당

쿠하가 너무 어렸을 때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독후활동 입니다. 너무 어린 아기에게 독한 물감을 손바닥 가득 칠해야 하는 <손바닥 동물원>은 두 돌이 지난 후에 시작했습니다.

손도장으로 그림을 그리는 책들도 있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기들에게 손바닥 안에 동물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만큼 좋아하는 책은 드뭅니다.


네 가족이 동물원에 가서 여러가지 동물을 만나는 이야기를 손바닥 그림으로 풀어가고 있는데요. 아이들 손바닥으로 밑그림을 찍고 그 위에 크레파스 등 다른 재료로 덧그림을 그려주면 됩니다. 아이 손과 어른 손으로 같이 해서 동물 가족을 만들어줘도 좋아합니다.

뭐든지 큰 것은 '엄마', 작은 것은 무조건 '아기'라고 부르는 쿠하는 제 손으로 하나만 만드는 것보다는 엄마와 함께 동물 가족을 그리는 걸 더 재미있어 합니다.

 제법 기린과 코끼리 같지요? 쿠하는 화려한 공작을 제일 좋아합니다.
제법 기린과 코끼리 같지요? 쿠하는 화려한 공작을 제일 좋아합니다. 예림당

냉장고 문을 열어달라고 보채는 그림책

 우리가 먹는 채소들이 동물로 변신하는 책입니다. 콜리플라워 양이 너무 귀엽지요? 오이는 악어가 되고, 고구마는 생쥐가 됩니다.
우리가 먹는 채소들이 동물로 변신하는 책입니다. 콜리플라워 양이 너무 귀엽지요? 오이는 악어가 되고, 고구마는 생쥐가 됩니다. 보림

돌 전부터 해주면 좋을 독후활동으로는 <맛있는 그림책>을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 역시 동물들이 주인공인 책인데요,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아기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독후활동 자료입니다.

쿠하는 표지모델인 엄마 양과 아기 양을 제일 좋아합니다. 콜리플라워로 만든 양과 찰박찰박 물놀이를 하는 오이로 만든 악어, 당근으로 만든 바다코끼리도 좋아하지요.

겨울에 따뜻한 방안에 두고 먹으라고 할머니가 한 상자나 보내주신 고구마가 도착한 날은 고구마로 생쥐를 여러 마리 만들어 그림책에서 본 대로 숨바꼭질 놀이도 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자, 호박, 당근, 고구마 같은 채소들로 만든 동물들이 너무 귀엽고, 의성어도 많이 나오는 책이라 자주 읽어주게 되는 그림책 입니다.

색종이만 보면 하양이를 찾아요

 아기물고기 하양이 시리즈는 색깔 인지와 숫자, 반댓말 등 다양한 개념을 하양이와 함게 알아가는 책입니다.
아기물고기 하양이 시리즈는 색깔 인지와 숫자, 반댓말 등 다양한 개념을 하양이와 함게 알아가는 책입니다. 한울림어린이

아기들 세계에서는 이미 슈퍼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아기 물고기 하양이 입니다. 단순한 그림체와 반복되는 글밥으로 아주 어린 아기들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책이지요. 아기 물고기 하양이의 두 살 생일에 친구들이 놀러옵니다.

이 책으로는 그림을 그려도 좋지만, 그보다는 색종이로 하양이의 친구들을 만들어주면 더 좋아합니다. 색종이 색상이 다양한 것으로 준비해서 책 속 그대로 만들어줘도 좋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을 가르쳐줘도 좋습니다.

쿠하는 만들어주면 잠깐 가지고 놀다가 금세 찢어버려서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책으로만 보는 것보다는 사각형이던 색종이를 가위로 자르면 책 속 친구들로 변신하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두 돌이 지난 요즘은 유아용 가위로 싹둑싹둑 아무 종이나 잘라버려서 문제이긴 합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엄마 마음은 대만족 입니다.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보는 여러가지 동물 똥

 다양한 모양의 똥이 나오는 그림책은 그냥 읽어줘도 좋아하지만, 밀가루 똥을 만들어줘도 좋아합니다.
다양한 모양의 똥이 나오는 그림책은 그냥 읽어줘도 좋아하지만, 밀가루 똥을 만들어줘도 좋아합니다. 사계절

밀가루에 소량의 식용유와 소금을 넣고 반죽을 한 뒤, 물감을 풀어 넣으면 다양한 색깔의 똥이 되지요. 쿠하는 똥 그림책을 그냥 읽어줘도 좋아하지만, 책에 나오는 똥 모양을 만들면서 보여주면 흥분하며 신나게 책장을 넘깁니다.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조물락조물락 만지는 느낌이 좋은지 다른 책을 보며 잘 놀다가도 뜬금없이 밀가루를 만들어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토끼가 당근을 먹어서 주황색 똥을 쌌나봐."
"말이 초록색 풀을 많이 먹어서 초록색 똥을 쌌나보다."

책에는 똥 색깔 그대로 그려져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똥을 좋아하는 색깔로 바꿔주면서 놀면 더 재미있어 합니다.

쿠하는 요즘 물감 놀이에 푹 빠져 자꾸 물감을 들고 엄마를 조릅니다. 주말 내내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춥습니다. 바깥 외출이 어려운 날에는 집 안에서 그림책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재미있는 미술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요?

손바닥 동물원

한태희 글 그림,
예림당, 2002


#그림책 #독후활동 #쿠하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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