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의 현장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모습. 눈이 마주치면 지친 기색없이 생글생글 웃는다.
고의숙
14억 인구의 중국에서조차 제조업의 인력난은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더욱이 제조업 중에서도 3D업종으로 통하는 봉제공장은 한층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래서 춘절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인원수로 공장의 존폐여부를 점치기도 한다. 그러니 휴가 막바지가 되면 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아이들을 기다린다.
특히나 올해는 일부 무책임한 한국기업인들의 야반도주까지 빈번해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조차 무너진 상태라, 우리 같은 조그만 공장들은 인력 수급을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춘절 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 하는 날, 여느 때처럼 새벽시장을 다녀와 추운 몸을 웅크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었다. 지금쯤 한창 시무식을 위한 관리자회의가 진행될 줄 알았는데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때까진 도저히 못해요. 잘 아시면서 왜 그래요? 지금 여기 현실이 어떤지 와 보고 그런 말 하세요. 맘대로 하세요.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니까."
동생이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에 매달려 진땀을 빼고 있다. 아마 납기 때문에 바이어와 한바탕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동생이 전화통에 매달릴 때면 끝내 눈물을 보일 때가 많아 난 슬그머니 현장으로 나왔다.
시무식 날은 일이 되지 않는다. 고향에 간 아이들이 미처 돌아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로 입사하는 새내기도 많아서 분위기가 어수선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해마다 첫 출근 날엔 관리자회의와 시무식, 대청소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오늘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작업이 한창이다. 아이들이 채 돌아오지 않아 현장이 썰렁할 줄 알았는데 휴가 전이나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막 통화를 끝낸 동생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