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를 비교적 현실적으로 담아내 새 지평을 연 <나도 잘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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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 드라마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MBC에서 특집 청소년 드라마 한 편이 시청자를 찾았다.
물론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였다고 평하며 연일 칭찬이 올라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샌가 우리들의 꿈나무인 청소년 드라마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한 진한 아쉬움이 남은 시청자들에게, 적어도 과거 <나>, <공룡선생>, <학교> 등을 보고 자란 세대들에겐 이번 드라마가 어느 때보다 감동이었을 것이다.
그 감동을 일으킨 작품은 <나도 잘 모르지만>이란 드라마로 방영이 되기 전부터 화제를 낳은 작품이다.
우선 모처럼 청소년 드라마가 방영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고맙습니다>를 만든 이재동 감독이 연출하고, <번지점프를 하다>의 고은님 작가가 집필을 맡은 덕분이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는 막상 방영이 되자 그 기대감에 충족시킬 만한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이번 드라마에 적잖은 비난을 하는 이도 있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 리얼하게 그리고자 욕설이 그대로 나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낸 <나도 잘 모르지만>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 청소년 드라마 <나도 잘 모르지만>은 이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청소년 드라마였다고 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요즘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그려낸 덕분이다.
사실 이전 청소년 드라마가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시대상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을 받았던 것이다. 늘 교훈적인 도덕 교과서에나 튀어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주제로 삼고 청소년들에게 착한 청소년이 될 수 있길 늘 선도했다.
마치 수험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던 교육방식을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적용시켜 청소년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했다. 그래서 청소년 드라마는 언제부턴가 뻔한 소재와 뻔한 이야기, 뻔한 교훈으로 식상한 드라마 하나로 전락했다.
이 덕분에 소재는 지극히 한정적이어서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학업 문제, 입시 문제 등이 주요 이야깃거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윤리적인 교육 목표 의식 덕분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도 잘 모르지만>는 달랐다. 우선 친구의 우정과 사랑, 비행 등에 주요 단골 소재를 다루었지만 그것은 단지 주제를 위한 수단 혹은 장치일 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즉 그러한 수단을 적절하게 스토리를 만들어 내며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자아찾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며 자아찾기 여행에 나선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보호관찰에서 막 돌아온 비행청소년 욱기(이민호)와 반항아인 혼혈아 두헌(라임)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욱기의 경우는 다른 청소년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인물이지만 이번에는 혼혈아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비뚤어진 두헌의 모습이 색다른 인상을 남겼다. 이 두 주인공은 보호관찰 기간 중에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겨 스키장에 간 여자친구 주원(최아진)을 찾아 떠나면 시작한다.
물론 엄연히 말해 여자친구를 찾으러 가출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를 찾으러 가는 과정 속에서 수행 중인 기인(오광록)을 만나서면 자아 찾기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드라마에서는 욕이 등장하면 안 되는 것인가?그리고 여행 속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느끼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비행과 반항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정체성에 고민하게 된다.
그 사이 그들에 비행과정을 그리면서 드라마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을 비교적 닮은 이들을 만들어냈고, 대사 속에서도 요즘 청소년들의 말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리얼리티에 치중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적잖은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드라마에서는 왜 욕설이 나오면 안 되는 것인가? 영화에서는 흡연장면, 욕설 등이 난무하고 있는데 꼭 TV드라마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와 드라마는 시청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엄연히 관람제한이 있지난 드라마는 보편 다수 시청자들이 모두 시청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TV 오락프로그램을 보자. 자막방송이 시작된 이래 한글을 위협하는 일종의 외계어들이 난무하고, 어법에 맞지 않은 말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한 제재를 받고 경고조치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막방송으로 인기를 끈 <무한도전>은 외계어를 자주 내보내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굳건히 밀고 나가고 있다.
또한 시청자들은 그러한 오락 프로그램의 잘못된 언어에 대해서 크게 반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즉 드라마에서 욕설이 허용되지 않은 이유는 '드라마는 교휸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덕분이다. 그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드라마에서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수단으로 욕설을 사용하거나 하면 늘 비난을 받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