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헤어지기 싫다며 '엉엉' 소리 내어 우는 녀석들을 보니 대단히 섭섭한 모양이다. 졸업 예행연습 날, 단지 다른 초등학교에 간다는 이유로 다시는 못 만날 것처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오던 개구쟁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유치원 아이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진지한 표정을 지으니 오늘따라 더 귀여워 보인다. 아이들도 울고 선생님도 울고, 유치원을 떠나려면 하루 더 있어야 함에도 마치 오늘 헤어지면 영영 못 만나기라도 하는 양 유치원이 온통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다녀와서 이제 초등학생이 된다며 자랑을 할 때는 언제고….
그때는 다 키워 남 주는 것처럼 섭섭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요즈음 누가 울더냐. 눈 씻고 봐도 그저 즐거워하는 모습뿐이더라'는 생각에 친구와 선생님과의 헤어짐에 아쉬워하며 우는 아이들에게 예행연습을 접고 잠시 시간을 주었다.
유치원 졸업식은 어른들이 우는 날?
삼 년 동안 정들었던 유치원을 떠나는 유치원 졸업식 날. 하루 전 그렇게 울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활짝 웃는 얼굴로 유치원을 들어섰다. 온통 눈물바다이던 예행연습날과는 딴판이다.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사탕으로 만든 꽃다발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엄마 아빠랑 함께 유치원에 오니 기분이 좋아서일까. 아무튼, 어제의 그들이 아니고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표정이다. 수료증을 받아들고 좋아하니, 어제 울던 녀석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졸업가를 목청껏 부르는 아이들!
"아침마다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던 사랑하는 유치원을 떠나가게 되었네. 우리 우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꼭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난다. 저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더 큰 세상을 향해 달음박질하려는데 난 왜 주책없이 눈물이 나는 걸까? 나도 울고, 교사들도 울고, 흐뭇하게 자녀들을 바라보던 학부모도 울고, 오늘은 어른들이 우는 날인가 보다.
아이들은 더 이상 어제처럼 울지 않았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선생님과 엄마 아빠를 번갈아 돌아보기에 바쁘다. 만남에서 헤어지기까지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로 맺어졌지만, 어른들도 헤어짐이 섭섭하긴 마찬가지였다. 서로에게 '애썼다'는 인사말로 우리 유치원의 졸업은 마무리되었다.
덧붙이는 글 | 허선행 기자는 현직 유치원 원장입니다.
2008.02.27 14:4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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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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