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이명박 정부의 국무위원 중에도 삼성의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29일 폈다.
새 정부 장관들이 도덕성 논란으로 줄줄이 사퇴한 가운데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명박 정부는 또 한 차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특검팀이 검찰 고위층의 뇌물수수 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뒤 "최근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고위층에 거론되거나 내정되거나 하는 분들이 (뇌물수수자 명단에) 많이 포함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신정부 초기에 이런 것이 정치적으로 관여되는 형태가 되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과 함께 어떤 형태로 이걸 다시 공론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인 인물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진행자와의 문답을 통해 다음과 같은 힌트를 줬다.
- 예를 들면, 검찰의 어떤 분?
"어쨌든 최고위층, 고위층 이런 분들 아니겠습니까?"
- 아, 검찰의 최고위층 말씀이십니까?
"네. 네."
- 각료 쪽에도 있고요?
"당연하죠."
- 당시 각료의 장관급들 말이죠?
"네, 네."
- 그리고 지금 새 정부에도 그런 분들이 들어가 있습니까?
"많은 분들이 포함돼 있죠."
김 변호사는 "어느 정도 포함됐냐"는 물음에 더 이상 언급을 피했지만, 전후 맥락상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고위직에 중용된 인물들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이 검사 시절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 간사 자리에 발탁되지 못하고,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 브레인'이었던 황영기 인수위자문위원(전 우리은행장)이 삼성 비자금 관리의 핵심인물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새 정부 국무위원들의 '삼성 뇌물' 수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변호사는 사제단과의 논의를 거쳐 당사자들의 명단을 밝힐 계획인데, 그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이 또 한 차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삼성 특검의 수사대상이 된 황영기씨는 특검의 양해를 얻어 28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는데, 그는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과거 잘못을 신고하는 대기업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자수 기간을 둬 대기업들이 잘못된 관행을 털고 나아갈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관련자가 있다면 특검에서 수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2008.02.29 10:2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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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국무위원·청와대 고위층도 삼성 뇌물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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