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도(46)' 캔버스에 유화 145×145cm 2004. '불로초의 향기에 취한 사슴'이 보이는 이런 이미지는 한국미술의 원형인지 모른다
김형순
그의 부친은 한국적 인상파를 이끌어낸 거장 오지호(1905~1982, 예술원회원) 화백, 그의 동생은 오승윤(1939~2006) 화백, 그리고 그의 두 아들 역시 동양화가요 조각가다. 우리나라에 이런 미술명문가는 드물 것이다.
그의 부친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산은 그림의 기법이 아니라 먼저 독서와 견문을 통해 지적 교양을 쌓고 폭넓은 인문적 인간이 되라는 점을 강조하셨고, 특이한 점은 한문 공부를 강조하셨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을 실제로 보면 더 큰 감동이 온다. 도록에선 불길처럼 타오르는 호흡과 거친 숨소리를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가 흔히 그림을 무생물의 정신화라고도 하지만 그의 그림이 주는 향기를 맡고 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맛을 보려면 직접 봐야 더 좋을 것이다.
그의 현대판 십장생도가 재미있는 건 구상화적 요소와 추상화적 형태가 적절히 뒤섞여 있기 때문이고, 자유분방한 한국적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되어 우리 눈을 휘둥그러지게 할 정도로 구성이나 색채에서 광풍처럼 질주하는 기운 생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자연친화 속에 추구한 이상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