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동물 만들기, 결국 인간 이익 때문 아닌가?

'1박2일' 출연 후 스타덤 오른 '상근이'... 미디어 노출 동물의 권리 보장해야

등록 2008.03.03 12:03수정 2008.03.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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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박2일'에 출연중인 '상근이'.

'1박2일'에 출연중인 '상근이'. ⓒ KBS

'1박2일'에 출연중인 '상근이'. ⓒ KBS

 

2006년 초 베를린 동물원에서 북극곰 두 마리가 태어났는데, 30년만의 탄생이었다. 동물원은 기쁨에 더욱 들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어미곰이 새끼들을 버렸다. 다만, 어미가 병들거나 약한 새끼를 버리는 것은 물론 물어 죽이기는 야생의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만 남자, 동물원 측은 급히 아기곰을 인큐베이터 안에 넣고 젖병을 물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는 그 같은 행동을 비판했다. 인큐베이터 안에 넣고 젖병을 물리는 것은 북극곰의 생태에 맞지 않고 그것은 또 하나의 동물학대라고 했다. 덧붙여 아예 안락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런 논쟁이 알려지면서 어린이들은 북극곰을 죽이지 말라는 편지를 동물원에 보냈다. 그러자 동물원 측은 어린 북극곰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더욱 동정을 얻어 더많은 편지와 선물을 답지하도록 만들었다. 동물원은 아기 곰에게 '크누트(Knut)'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전담사육사도 배치했다.

 

2007년 3월 마침내 크누크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이날 3만명의 인파가 몰렸고 언론은 취재경쟁을 벌였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섰고 많은 이들이 표를 얻지 못했다. 이후 베를린 동물원의 관람객은 2배 이상 늘었고 각종 기념품이 날개 돋힌 듯 팔렸다.

 

몰아치고 있는 언론의 '상근이' 취재열풍

 

크누트 쿠키, 크누트 사탕, 크누트 인형에 이어 '크누트 송(Knut Song)'이 크게 히트를 했다. 이를 통해 1400만달러(약 13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인 애시 R. 샤(Ash R. Shah)가 거액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크누트를 영화에 출연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애시 R. 샤는 계약금 10만 달러(약 9320만원), 출연료 약 500만 달러(약 46억6000만원)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의 동물학자 페테르 아라스 박사는 크누트를 '정신질환자'로 진단했다. 크누크를 찾는 이들은 뜸해지기 시작했다. 크누트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자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려고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정서불안에 따른 일탈행동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병질이었다.

 

최근 독일 뉘렌베르크 동물원에서 또 어미 곰에게서 버려진 북극곰이 나왔고, 상품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자 우려의 소리가 나왔다.

 

'1박 2일'을 통해 한 마리 개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상근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미니홈피도 있고 출연료는 40만원이며 매니저도 있다. 언론의 상근이 취재열풍은 대단하다. 프로그램 출연 내용뿐만 아니라 뇌구조,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 연예인들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버금가는 내용들을 앞 다투어 다룬다. 팬 사인회에 라디오 출연까지 했다. 이대로라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동물들도 도덕적 권리와 법적 권리 가진 존재

 

a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중인 '상근이'.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중인 '상근이'. ⓒ KBS

KBS2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중인 '상근이'. ⓒ KBS

부각된 배경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수익을 위해 이용되는 차원에서 보면, 인간중심주의의 희생양이기는 마찬가지다. 상근이가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것인지 묻는다면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상근이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이들은 개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더더구나 상근이와 같은 종류의 개는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방송촬영은 분명 생명체인 상근이에게 버거운 일이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습성과는 관련이 없으며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요구에 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야생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하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해도 방송이 출연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듯이 상근이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물도 본래적 가치가 있다. 동물이 인간보다 본래적 가치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 본질적 가치는 상근이나 강호동이나 마찬가지다.

 

즉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인간중심주의의 인권개념은 이제 생명권의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동물해방론의 피터 싱어와 동물 옹호론의 레이건(Tom Regan)이 주장하듯이 동물들도 도덕적 권리와 법적 권리를 가진 존재다. 상근이에게도 도적적 지위를 부여하고, 그에 대한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디 동물만일까 심층 생태학의 논의가 아닐지라도 모든 생물에게는 권리가 있다.

 

'전국민 애정'이란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는 '상근이 상품화'

 

무조건 스타 만들기에 나설 경우, 상근이도 크누트와 같이 이상 증세를 보일지 모른다. 정신질환을 만들어내는 과정일지 모르는데도 상근이의 상품화는 전국민의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성공한 상근이 모델은 유사한 동물 스타들을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 대중문화 상품은 끊임없이 유사 개별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복제되는 것과 같다. 크누크의 경우에는 선한 동기로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악한 동기로 시작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익은 인간들이 모두 챙겨갔다.

 

상근이의 경우는 조건이 더 안 좋았다. 처음부터 상업적인 목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의 의도가 아니라 선한 동기의 악화 메커니즘이다. 하긴 어린이도 학습권에 관계없이 혹사하고 발가벗기는 방송 구조인데 더 말할 것이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 보낸 글입니다.

2008.03.03 12:0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데일리안에 보낸 글입니다.
#상근이 #동물해방론 #생물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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