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알선수재·정치자금·공금횡령·파렴치범·인비리 기타 모든 형사범 포함 등으로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는 공천심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내 기본입장이다."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4일 오전, 비리·부정 전력자들의 공천 배제 기준을 확정하기 위한 공심위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회의 주재자인 위원장이 회의 시작에 앞서, 수십명의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먼저 자신의 기준을 공개한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기준대로 하면, 알선수재로 징역형을 받았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홍업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인 이상수·이호웅 전 의원과 신계륜 사무총장, 안희정씨 등 민주당의 공천심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부정비리 전력자들이 제외되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인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의 제외'라는 공천당규 14조 5호를 구체화하기 위해 모였는데, 이 조항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must(해야만 한다)의 뜻"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견제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권력의 진짜주인인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 피해는 야당이 막아줘야 하고, 그것이 야당의 존재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국민 뜻에 맞는 후보를 내야 견제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제 기준대로 하면 억울한 사람 나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런데 항상 대의를 놓고 나가면 억울한 사람이 나온다, 그것을 갖고 가는 것이 우리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일투쟁을 한 수많은 독립투사들도 다 희생하지 않았느냐"며 "이 나라 민주주의 위해 내가 한 번쯤은 희생한다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18대 의회 들어가는 것 못지 않게 훌륭하게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득권 안주하려는 분 아니면 반대하지 않을 것"
박 위원장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공심위원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제 논리에 대해 반대논리를 펴실 분들은 말씀해 달라. 이 결론에 이르게 된 근거를 제가 제시했는데, 이 논리를 반박해달라, 그 기회는 충분히 드리겠다"고 말한 뒤 "제 논리가 부정됐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사퇴시사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제 말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 지성인 아닌가, 구성원 책임 무엇인지 다 아시는 분이라면 모르실 리가 없다"며 "혹시 자기도 모르게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분 아니라면, 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계신 분이라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이라고 헤아릴 줄 아는 분이라면 논리를 대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 편의를 위해서 반드시 저에게 발언 기회를 얻으셔서 말하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책임있는 민주시민은 그(속한 집단의) 정체성 안에서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관현악단을 봐라, 수십 개 악기가 움직여도 같은 악보에 따라 똑같은 코드로 움직인다, 이걸 오해해서 민주주의는 아무 소리나 할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면 그 악단은 망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심발언은 그동안 공심위가 이 문제로 내부토론이 치열했음을 반증한다. 애초 이 문제는 지난 달 29일 결론 내려 했으나 늦어졌다.
박 위원장이 20여분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발언하는 동안, 일부 공심위원들은 물론 당직자들도 얼굴이 굳어졌다. 한 당직자는 그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비공개회의로 들어가겠다"며 취재진에게 퇴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뜻이 관철될 지 주목된다. 공심위는 이날 오후에 회의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2008.03.04 11:5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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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배제 규정' 관철될까 "당이 우리를 설득 못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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