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절의 최시중, 김용갑 '극우 발언' 지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 즐기기도... 당시 노조에서 문제 제기

등록 2008.03.07 17:46수정 2008.03.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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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동아일보> 정치부장이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 <기자협회보> 1988년 8월 26일자 기사.

<동아일보> 정치부장이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 <기자협회보> 1988년 8월 26일자 기사. ⓒ 기자협회보

<동아일보> 정치부장이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 <기자협회보> 1988년 8월 26일자 기사. ⓒ 기자협회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동아일보> 정치부장 시절 김용갑 의원의 극우성향 발언을 지지한 사실이 앞으로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보>는 1988년 8월 26일자 1면 기사를 통해 "최시중 <동아> 정치부장이 김용갑 총무처장관의 '올림픽 이후 개헌' 운운 발언에 대한 지지 표명과 18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골프회동 등 최 부장의 잇따른 행적과 관련한 소문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동아> 편집국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노태우 정권의 총무처 장관이었던 김 의원은 그해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형성되며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같은 해 8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신 발언'을 털어놓았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 서울올림픽 이후에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느냐, 좌경화를 허용하느냐를 국민의 선택에 물어봐야 한다 ▲ 이를 말리지 못한다면 좌경화를 허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올림픽 후 정부가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일부 야당이 학생들을 부추기고 있다 ▲ 대통령에 국회해산권을 주는 정치권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그날 김 장관 발언 기사를 신문에 싣은 뒤 오후 2시경 장관 집무실로 찾아가 "김 장관의 소신에 찬 발언을 전폭 지지한다. 적극적으로 밀어줄테니 의연히 행동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동아>는 8월 15일자 3면에 <김 총무처에게 들어본 발언 진의> 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김 장관의 발언 내용을 크게 부각시키기도 했다.

 

당시 <기자협회보>는 최 내정자의 처신에 대한 <동아> 기자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동아> 기자들은 올림픽 휴쟁 정국에 강경기류를 몰고 온 김 장관의 ‘개헌’ 발언에 대한 최부장의 지지의사 표명이 비록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이 같은 견해를 바탕으로 신문 제작을 하게 된다면 보도의 공정성에 크게 어긋남은 물론, 정치부장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최 부장이 그해 8월 18일 <동아>의 민주정의당(당시 집권당) 출입기자 황모씨와 함께 안양컨트리클럽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동아>의 '전두환 일가 비리' 보도에 대해 전씨 측이 "개인비방의 과장보도"라고 항의하자 최 내정자와 황 기자가 연희동 사저에서 전씨를 만나 2~3차례 면담했는데, 당일 골프 회동도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장의 아리송한 행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동아> 노조는 그해 8월 18일 저녁 비상집행위원회를 열어 ▲ 최 부장과 전두환의 골프회동이 공적인 취재업무의 일환인지 아니면 근무시간중의 개인적 용무인지의 여부를 명확히 밝힐 것 ▲ 최 부장이 김용갑 장관을 지지했다는 소문의 진위를 밝히라는 내용의 비공개질의서를 <동아> 사장에게 제출했다.

 

<동아>는 그달 23일 "최 부장이 전 전 대통령과 골프회동을 가진 것은 오해소지가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편집국장의 허용 하에 이루어진 만큼 정치부장의 고급 정보 수집활동의 일환으로 이해해 주기 바라며 김 장관 발언과 관련한 정치부장의 지지성 의사표명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확인해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노조에 구두 통보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동아> 노조는 회사의 통보를 받고 김용갑 건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젊은 기자들은 최 부장의 행적을 문제 삼을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기자협회보> 편집국장 출신의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이 기사를 근거로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이렇게 편향적인 인물이 어떻게 사회적 공기인 방송의 최고 책임자가 되겠다는 것인지 근본 자격부터 의심스럽다"며 "대통령의 측근·동업자이고, 땅 투기 의혹과 건강보험료 체납, 각종 세금 상습체납, 권언유착의 행적, 시대착오적인 극우성향의 인물에게 방송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프레스 프렌들리를 자처하는 이명박 정권이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피디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의 (교체)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최 내정자와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교체를 재차 촉구했다.

2008.03.07 17:46ⓒ 2008 OhmyNews
#최시중 #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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