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행복세상' 홈페이지는 사실상 닫혀진 상태다.
'행복세상' 갈무리
김성호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6일에 있었던 재단 창립대회에서 직접 언급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발언에 맞게 '행복세상'은 다음과 같은 약속을 선언했습니다.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모든 국민이 안정된 삶을 누리고 약자가 보호받는 나라''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나라'라는 약속은 이미, 김성호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스스로 깬 적이 있을텐데 혹시 후보자 본인이 기억 못하는건 아닐지 궁금합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당시 김성호 후보자는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힘있는 사람이 법을 어겼을 때 오히려 불공정할 정도로 손해를 볼 만큼 법의식이 선진화했다. 김 회장도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도대체 무슨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나 모르겠습니다. "감히 재벌 회장의 아들을 때렸다는 '건방짐'을 훈계했을 뿐 폭행은 아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재벌그룹 회장으로서, '국가에 기여'했기에 폭행 사건 정도는 눈감아줘도 된다는 것일까요? 김승연 회장에 대한 여론의 뭇매가 정말로 '불공정할 정도로 손해를 보는 것'일까요? 입장을 바꿔, 서민이 김승연 회장의 아들을 때렸을 때도 김 후보자는 이런 식으로 발언할 수 있을까요?
김성호 후보자는 퇴임사로 "대장부의 기개로 국가와 사회에 더욱 헌신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대장부의 기개'의 날카로운 화살은 주로 노조로 향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이라고 하죠? 노동조합이 파업과 같은 불법행위를 하면 반드시 응분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던 김성호 후보자였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고작 재벌 회장의 폭행을 두둔하면서, '전관예우성' 자문료와 출연금을 받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김성호 후보자의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김성호 후보자와 찰떡 궁합에 가까운 코드를 견지하는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가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된 이유, 역시 심상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재단 '행복세상'을 만들 당시의 김성호 후보자의 취임사, 다시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내용과 아주 흡사합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와 낡은 법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행복세상'에 대한 수구언론의 대환영김성호 후보자가 '행복세상'을 창립하자, 수구언론과 경제언론은 일제히 환영하는 보도를 신문에 게재했습니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창립한 것이다. 법의 지배,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약자 및 서민생활 안정 등 재단의 활동 방향은 장관 시절 하던 일과 똑같다. 법치, 경제적 풍요, 안정 등이 행복을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때로는 싱크탱크로, 때로는 행동하는 단체로 그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는 역경을 의지로 극복해 낸 사람이다.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김성호발(發) '행복세상'이 좀 더 빨리 오면 좋겠다." -<동아일보> 2007년 12월 7일자 기사 <[횡설수설/허승호]김성호發 '행복세상'>의 일부"과거 분식회계를 스스로 고백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게 하자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기업 관련 법제의 개선 노력 또한 돋보였다. 김 전 법무의 이같은 불법필벌(不法必罰)과 친(親)기업 기조가 노무현 정권의 '코드'와는 간극이 컸고, 그 '코드'의 수용이 아니라 장관직 용퇴가 그의 선택이었다." -<문화일보> 2007년 12월 7일자 사설 <김성호 전 법무가 꾸려가는 '親기업 행복세상'>의 일부 "김성호발 '행복세상'이 좀 더 빨리 오면 좋겠다"는 <동아일보>의 기사에서 섬뜩함이 느껴진 이유는 무엇일지가 새삼 궁금해집니다. <문화일보>는 사설로도 모자라, 창립대회 준비에 바쁜 김성호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까지 제공했습니다. <문화일보> 12월 6일자 기사 (<문화 초대석>"특검은 '만병통치약' 주장하며 정치적 악용")에서의 발언을 살펴봅시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폈습니다. 우리사회는 민주화 과정에서 오른편으로 가 있던 시계추가 왼쪽으로 갔는데 너무 왼쪽으로 간 것 같아서 가운데로 끌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념적인 문제도 있고 정부 안에 있는 사람 중에는 그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일을 제대로 다 못하고 그만두게 됐습니다."흥미롭게도, '삼성 특검'에 대한 김 후보자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경제가 투명해지는 것은 좋지만 수사를 광범위하고 무리하게 하다보면 기업체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미 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삼성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것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수구언론이나 경제언론이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 한국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가 '부패지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 특검'은 오히려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 언론이 삼성을 견제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둥, "이것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그러니 살살 해야 한다)"는 둥, 과연 '친기업 행복세상' 이사장다운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재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관예우성' 출연금과 자문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 의혹 제기로 인해, '삼성 떡값'을 받았다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더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기업가의 헌신이 있기에 삶의 질 있다?김성호 후보자의 법 철학이나 '행복세상' 창립으로 돌아볼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우리 사회의 법 질서 적용에 대한 일각의 비아냥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재벌 회장은 폭행 사건을 일으켜도 정상 참작을 감안해야 하지만, 노조는 시위나 파업을 하면 그 즉시 '불법 파업'이니 '불법 시위'가 돼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김성호 후보자, 그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되면 우리의 국가정보원장도 '친기업 국가정보원'으로 변신할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말하는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을 행복세상'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호 후보자의 인상적인 재단 설립 축사를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그의 법 철학과 사회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김성호 후보자가 '자문료'와 '출연금'을 받으면서 꿈꿨다는 '행복세상'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은 상상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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