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볜마오제 길거리에서 요깃거리를 파는 한 버마인 노점상. 인터넷 전화도 운영하여 고향에 안부를 전하려는 버마인으로 항상 들끓는다.
모종혁
"20년 전 맨손으로 중국에 와 지금은 어엿한 내 가게에 집·자동차까지 샀으니, 차이니즈 드림(Chinese Dream)을 이룬 셈이죠."
마우잉(41)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중국 윈난(雲南)성 더홍(德宏)다이·징포(傣·景頗)족자치주 루이리(瑞麗)시 볜마오제(邊貿街)에서 보석상점을 운영하는 그를 주변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마우잉은 중국 접경인 버마의 한 산간마을에서 루이리로 와 고정 고객을 지닌 상점과 버마인의 쉼터 역할을 하는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마우잉은 "크지 않은 가게지만 사업 기반도 탄탄하고 노천 식당도 열다보니 볜마오제 일대에서 사는 버마인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면서 "버마에서 중국으로 갓 들어온 사람들이 나를 찾아 살 곳과 장사 비법을 묻곤 한다"고 말했다.
루이리에는 마우잉만 사는 것이 아니다. 마우잉은 "4년 전에는 동생 가족을, 작년에는 사촌동생 일가를 불러들였다"면서 "경제 사정이 피폐하여 제대로 일거리를 찾을 수 없는 버마와 달리 중국은 돈벌 기회가 많은 나라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버마인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버마의 무역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중국을 찾는 버마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대박의 꿈에다 비자 발급이 쉽고 신앙의 자유까지 보장되어 루이리로 버마인이 몰리고 있다.
일명 '보석거리'로 불리는 볜마오제는 버마인의 거리이기도 하다. 수십여 채의 보석상점이 밀집한 볜마오제에서 버마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볜마오제 보석상점의 1/4은 버마인이 주인이거나 중국인의 명의만 빌려 운영하고 있다.
볜마오제에 들어서면 "좋은 비취와 옥을 싼 값에 판다"며 버마인 삐끼가 다가와 구매를 권유한다. 중국에 갓 입국한 이들은 고정된 가게가 없어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이다. 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음식점, 일용상점, 유흥업소 등 볜마오제 일대의 적지 않은 상권은 버마인이 장악하고 있다.
"볜마오제 주변에서 사는 버마인만 수천여 명에 달한다"면서 마우잉은 "변경자유무역구인 제까오(姐高)와 루이리 도심만 따져도 족히 1만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리에 버마인 사회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