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고려대는 세종캠퍼스 명칭사용을 즉각 중단하라'는 펼침막이 보인다
이재덕
"상법 23조는 동일한 상호 또는 상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상도덕도 이러한데 하물며 교육을 하는 대학에서 세종대의 고유명칭인 '세종캠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내외 혼란을 일으키게 만드는 도의적이지 못한 처사입니다." - 양승규 세종대학교 총장, 10일 세종대 세종캠퍼스 명칭사수결의대회에서"세종대학교는 학교의 이름이고 우리가 쓰는 세종캠퍼스는 캠퍼스의 이름입니다. 학교와 캠퍼스는 엄연히 다르기에 혼동할 여지의 것이 아니지요. 또한 우리뿐만 아니라 카이스트도 세종캠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처럼 '세종'은 세종시를 지칭하는 지역명사로 쓰이기 때문에 이를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 11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선포식에서이 두 대학교 총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이름 전쟁'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세종'이라는 이름이 '세종대'의 고유명칭인가, 아니면 '세종시'라는 지역명칭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고려대는 '지역명칭을 딴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이원우 세종대학교 기획처장은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세종시가 아직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고 올해 6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설치법이 논의될 것인데 벌써부터 고려대가 캠퍼스의 이름을 ‘세종캠퍼스’로 바꾸는 것은 세종대학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즉, 현재 세종시라는 지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세종캠퍼스'란 명칭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 기획처장은 '세종시설치법이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여 세종시가 법적 지위를 확보한다면 고려대학교가 세종캠퍼스라는 명칭을 써도 좋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되었다"면서 "내부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세종' 명칭 논란에 대해 두 대학 학생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학교 이름도 상품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이름이 비슷하면 저희가 사회에 진출했을 때 여기 학교(세종대)를 나왔는지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나왔는지 혼동될 게 분명해요. 예를 들면 가수 싸이도 명문 버클리음대를 나왔다고 했는데 싸이가 졸업한 학교는 명칭이 유사한 버클리 음대였잖아요." - 임수정씨(세종대학교 패션디자인과 04학번) "세종대학교 서울캠퍼스하고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하나는 대학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캠퍼스 이름이잖아요. 엄연히 다르죠. 세종캠퍼스라는 명칭도 우리 학교가 속하게 될 세종시에서 따온 이름인데 이게 문제가 될까요? 더군다나 '세종'이란 이름이 특허가 난 것도 아닌데 세종대에만 고유한 거라고 고집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 유영선씨(고려대학교 사회체육학과 08학번)법적 공방 예고하는 '세종' 이름 전쟁그동안 세종대가 제기하는 항의에 고려대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가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지난 11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선포식'에 모인 기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세종대와 고려대의 '이름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세종대학교가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 사용을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들 대학교의 공방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는 지난 10일 교수 성명서를 통해 "고려대 서창캠퍼스의 세종캠퍼스로의 개명식을 즉시 유보하고 철회결정을 촉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고려대의 세종캠퍼스 명칭 사용저지를 위하여 법적 대응뿐 아니라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지난 11일 "이미 고려대학교는 10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법률자문단을 구성하여 우리 대학의 '세종' 명칭 사용 문제에 대해서 검토했으며 법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세종대가 법적으로 이길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법대 교수이며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나 역시 이러한 법률자문단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