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 보이는 우파의 '코드' 기획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안상수 인적청산 발언과 <동아><조선> 커넥션

등록 2008.03.12 11:46수정 2008.03.12 12:43
0
원고료로 응원
a  11일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은 그의 기명 칼럼 '노무현 식객들의 농성'에서 다시한번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11일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은 그의 기명 칼럼 '노무현 식객들의 농성'에서 다시한번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 동아PDF

11일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은 그의 기명 칼럼 '노무현 식객들의 농성'에서 다시한번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 동아PDF

 

"공영방송 등 공적 기관과 단체의 요직에 정치적으로 임명된 지난 정권 인사들이 임기를 내세우며  주저앉아 버티는 것은  정치 도의와 양식에 어긋나고,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어떤 경위로든 선거에서 패배한 세력과 그에 속한 개인이 엽관 자리를 붙들고 앉아 '권력비판' 따위를 외치는 것은 코미디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오늘(12일) '정치적 자리다툼, 순리를 따져보라'는 <한국일보> 사설 내용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이른바 '김대중·노무현 정권 좌파 공직 인사청산 주장'을 지지하는 내용이다.

 

<한국일보>는 이 사설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이 공직 등 정치적 자리를 차지하는 이른바 엽관 관행도 선거를 통한 정기적 정권교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난 정권에 임명된 공기업이나 기관의 장들은 임기와 무관하게 그 자리를 내놓으라는 다그침이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자리이고 정권 교체가 된 만큼 그 임기와 무관하게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는 이야기다.

 

발단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불은 '우파 언론'들이 지폈다.

 

어제(11일)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은 그의 기명 칼럼(노무현 식객들의 농성)에서 다시 정연주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정연주 KBS 사장(정연주 사장은 박정희 정권 때 광고탄압 등에 저항했던 동아투위 출신이다)에 대한 <동아일보>의 공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레퍼토리도 똑 같다. 공영방송인 국민의 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었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반미를 부추기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왔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좌파 코드 방송을 했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코드 인사' 독려하는 보수언론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배인준 논설주간의 어제 기명 칼럼 역시 똑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다만 그 공격과 축출 대상이 '정연주 사장' 한 명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전과 달랐다. 모든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정연주류(類)'로 확대됐다. 이들 기관장들을 '정치적 식객'으로 치부했다. '정연주식 버티기'가 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정치적 식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는 '반어법'으로 읽힐 만 한 대목이다.

 

어제 <조선일보>도 그 공격 대열에 가세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위한 변호에 나선 <조선일보>는 사설(좌파 총공세의 무대가 된 방통위원장 인사 검증)을 통해 특유의 이념공세를 펼쳤다. 지금까지 좌편향된 방송을 해온 마당에 새삼 이제 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따지자는 식이다. "전 대통령이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방송위원장에 교대로 임명할 때는 말 한마디 없이 박수만 쳤던 일부 매체와 언론단체들이 새삼스럽게 공정 운운을 내세우는 것은 너무 속이 보이는 행동"이라고도 했다.

 

어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좌파정권 비난과 인적 청산 발언은 어찌 보면 바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이런 '지침'에 따른 것이다. <동아>와 <조선>이 바람을 잡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메가폰을 들자, <한국일보>가 '뒷북'을 치고 나선 모양새다.

 

오늘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구 정권 인적 청산 발언 파문을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했다.

 

이들 두 신문은 분석 기사에서 그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하나는 인적, 제도적 차원에서 '코드 교체'를 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9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구정권 발목잡기'라는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풀이다.

 

이는 인수위원회의 업무 혼선과 새 정부 첫 조각 등에서 나타난 잇단 인사 실책으로 인한 여론의 악화를 되돌려보기 위한 꼼수라는 풀이도 나온다.

 

또 하나의 풀이는 이른바 선거 공신이나 공천 탈락자들에 대한 배려용이라는 것. 서울 강남 지역이나 영남권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나 선거 공신들을 무마하기 위해 적극 자리를 주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동아> <조선> <한국> 세 신문이나 한나라당은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 시절 내내 이른바 '코드인사'를 맹비난해왔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공공연하게 이명박 정부의 '코드인사'를 당연시하고, 이를 위한 정치적 처분까지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편의에 따라 말과 입장을 바꾸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는 세태라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거꾸로 논리를 세우는 그 편리한 뒤집음이 참으로 기가 막히다. 하지만 '우파의 기획' 치고는 너무 속 보이는 기획이어서 과연 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2008.03.12 11:46ⓒ 2008 OhmyNews
#안상수 코드청산 #정연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